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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항공 빅딜', 호주 무조건 승인 의미는?

  • 2022.09.05(월) 18:15

독점 우려 해소되자 무조건 승인으로 선회
"호주, 우방국인 미국·EU에 긍정적 영향"

호주 경쟁 당국이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했습니다. 지난 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이후 약 7개월 만인데요. 업계에선 이번 호주 경쟁 당국의 승인으로 지지부진하던 항공 빅딜이 급물살을 탈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항공 업계는 호주의 이번 무조건 승인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에 긍정적 신호라고 보는 중입니다. 호주가 기업 결합에 승인 불가 결정을 내려도 인수에 별 영향력이 없는 임의신고국가인데 말이죠. 어떠한 이유 때문일까요.

임의신고국가여도 의미 있는 이유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제안을 반대하지 않을 것(The ACCC will not oppose Korean Air proposed acquisition)"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합병을 위해선 필수 신고 국가와 임의 신고 국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특히 필수 신고 국가의 경우 한 국가라도 기업 결합을 반대하면 인수는 무산됩니다. 

호주는 임의 신고 국가에 속합니다. 임의 신고 국가는 필수 신고 국가와 달리 승인 불가 결정을 내린다고 해서 인수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임의 신고 국가 호주의 결정이 무의미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 심사가 남은 미국, EU(유럽연합) 등 필수 신고 국가의 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죠.

항공업계 관계자는 "필수 신고 국가, 임의 신고 국가의 구별 없이 경쟁 당국의 결정은 서로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특히 호주의 이번 결정은 (호주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EU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호주의 이번 결정으로 지지부진했던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에도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호주의 결정이 '무조건' 승인이란 점도 대한항공 측에 고무적입니다. 운수권(노선에 취항할 수 있는 권리)과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허용 횟수) 일부를 반납해야만 합병을 승인해주겠다는 한국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과 달리 호주는 말 그대로 조건 없이 승인을 내린 것이죠.  

업계에 따르면 호주 경쟁 당국은 발표 직전까지 이번 결정에 대해 상당히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주가 사실상 결정을 유예하기 위해 Phase 2(2단계)에 돌입할 것이란 얘기도 심심찮게 들렸고요. Phase 2는 두 기업의 기업 결합에 대해 조금 더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수준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호주의 결정은 무조건 승인이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돼도 인천-시드니 직항 노선에 대해 독점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최종 판단을 하면서죠.

호주의 최종적인 결정엔 대한항공의 노력이 주효했단 평가입니다. 대한항공의 적극적인 외항사 유치 노력으로 호주 항공사인 콴타스항공과 젯스타가 인천-시드니 노선 취항을 결정했기 때문이죠. 결국 독점에 대한 우려를 대한항공 스스로가 해소한 셈입니다.

미국, EU, 중국 관건

기업결합 심사가 남은 곳은 필수 신고 국가 미국, EU, 중국, 일본과 임의 신고 국가 영국입니다. 특히 미국, EU, 중국 이 세 국가가 까다로운 잣대로 심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 EU의 결정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고요. 

미국, EU, 중국 경쟁당국은 특히 '경쟁 제한성' 부분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중입니다. 호주 경쟁 당국과 마찬가지로 두 항공사 결합 시 자국 내 일부 노선들에 대해 독점 우려가 발생할지 검토하는 것이죠. 

대한항공은 독점 우려를 해소하고자 경영진이 직접 나서 외항사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항사 유치는 경쟁당국이 우려하고 있는 경쟁 제한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깔끔한 방법입니다. 

최근엔 대형 항공기를 보유 중인 일부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업계가 중·장거리 취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LCC 업계가 취항하게 되면 독점 우려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겠죠. EU 당국은 국내 LCC 업계와 직접 접촉해 유럽 노선 취항 여부를 묻기도 했고요.

업계 관계자는 "경쟁제한성을 얼마만큼 해소하느냐가 결국 관건이 될 것"이라며 "대한항공은 주요 경영진까지 직접 나서며 적극적으로 외항사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올해 안에 나머지 경쟁당국들로부터 승인 절차를 받아내겠단 목표입니다. 2022년이 넉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앞으로는 속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나머지 필수 신고 국가인 미국, EU, 중국, 일본과 임의 신고 국가인 영국 경쟁당국과 적극 협조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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