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넷플릭스 등 콘텐츠사업자(CP)의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법안 심사를 위한 첫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 개최를 결정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지지부진했던 논의는 재개됐지만 해당 법안을 둘러싼 찬반 의견은 여전히 팽팽한 상황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통신업계는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을 펼친 반면, 빅테크 기업들은 망 사용료를 강제할 경우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의견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20일 전기통신망 이용료 지급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현재 국회에는 7건의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들 법안은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는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실장,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등이 참석했다.
통신업계는 망 무임승차를 방치한다면 사회·경제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법적인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실장은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경우 그에 따른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의 규칙"이라며 "국내외 CP의 99%가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고 있으나,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유발하고 있는 일부 초대형 CP들이 인터넷 거래질서를 부정하면서 인터넷 생태계가 위협받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장경제원리를 바탕으로 기업 간 자율적인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더 이상 자율적인 해결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망 무임승차 방지법 도입은 인터넷 생태계의 질서와 신뢰의 회복, 생태계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라고 덧붙였다.
최경진 교수는 법안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이번 사안을 특정 ISP(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와 CP 사이의 이용료 다툼이 아닌 종합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데이터 기반 사회·경제로 발전하고 있는 현재와 미래 환경의 기반인 '망'을 누가 구축·관리·운영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학계와 중소 CP들로 이뤄진 코리아스타트포럼 등에선 망 이용대가를 강제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CP 측 진술인으로 참석한 박경신 교수는 "인터넷은 모두가 데이터 전송을 하면 아무도 전송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상부상조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져 모두가 무제한 통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신체계"라며 "망 하나 깔아놨다고 아무도 안 받는 통행세를 받겠다는 발상의 '망 이용료' 법은 통신사들의 주머니만 두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할 경우 인터넷 접속료가 저렴한 해외로 도피하는 이른바 '디지털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수 있고, 선순환 구조를 깨뜨려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성진 대표도 망 이용계약 관련 사항을 법제화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최 대표는 "현실적으로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직간접적 망 이용계약에 따른 비용 지급을 이행하고 있는 만큼 관련 법안이 부가통신사업자의 규제법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며 "국내 스타트업과 글로벌 CP간 망 이용계약 및 대가 지급 유무 현황이 상이할 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시 영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여야 합의가 안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여야 합동 공청회를 통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청래 위원장 역시 "당장 뾰족한 결론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