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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SKB-넷플릭스 갈등, 누구의 승리?

  • 2023.09.20(수) 07:00

명분보다 실리 선택…상호 파트너십 체결

'망 사용료' 의무화 논쟁을 촉발했던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전이 합의에 의해 일단락됐습니다. 지난 18일 양사는 법원에 망 사용료 관련 소송을 취하하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연초부터 이어온 물밑 협상이 타결된 겁니다.

SK브로드밴드는 비교적 유리하게 돌아가던 소송을 왜 종결했을까요? 업계에서는 망 사용료를 받겠다고 더 이상의 소송을 끄는 것보다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협상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SKB에 유리하게 돌아가던 소송

망 사용료와 관련된 양사 간 갈등은 지난 2019년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협상 중재 요청을 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채무 부존재 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죠. 

지난 2021년 법원은 1심 재판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망 사용료를 낼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셈인데, 넷플릭스는 곧바로 항소해 재판을 이어왔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법원에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 사용료를 지불하라면서 '부당 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요.

업계에서는 재판이 SK브로드밴드에 비교적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봤습니다. 1심에서 망 사용료를 낼 이유가 있다며 승소판정을 받았던 데다 2심에서도 망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었거든요. 지난 7월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중 망 사용료 감정기관을 선정하기로 한 상황이었습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갈등 사건일지. /그래픽=비즈워치

소송보다는 실리…SKB·넷플릭스 '통했다' 

SK브로드밴드는 더 이상의 소송을 진행해봐야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SK브로드밴드와 모회사인 SK텔레콤은 소송전 여파로 인해 그간 넷플릭스와 협업하지 못했습니다. 

경쟁사인 KT나 LG유플러스가 앞다퉈 넷플릭스 결합 요금제를 내놓으며 이용자 유치에 나선 상황에서 답답한 측면이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한국 콘텐츠에 3조원 이상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한국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한 거죠.

최근 망 사용료와 관련된 여론이 다소 달라진 것도 SK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구글 유튜브는 인기 크리에이터에게 망사용료 반대운동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면서 여론전에 나섰습니다. 국회에는 망 사용료와 관련된 법안 7개가 발의됐지만 현재는 논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SK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해야했던 겁니다. 

소송을 이어간다고 해도 SK브로드밴드가 만족할 만큼의 망 사용료를 받아낼 수 있을지 불확실한 측면이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1심 판결 당시 법원은 망의 유상성은 인정했지만 꼭 '금전적 대가'로만 한정하지는 않았거든요. OCA(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를 설치해 트래픽을 경감시키는 방식으로 지급될 수 있다고도 봤습니다.

넷플릭스도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을 통해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례가 확정되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전세계적으로 콘텐츠사업자(CP)와 통신사업자(ISP)간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번 소송에서 지면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각국에서 들고 일어나면 넷플릭스는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에 휘말리게 됩니다. 

협업 비즈니스로 새국면

양사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것만 밝힐 뿐 기밀유지협약(NDA)을 이유로 들어 합의 조건을 비공개에 부쳤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아직 본격적으로 감정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으므로 망 사용료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결합 요금제나 상품을 출시하고, 넷플릭스가 자체 네트워크 장비인 OCA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양사는 결합 요금제나 상품 출시와 관련해 세부적인 내용을 아직 협의 중인데, 망 사용료를 직접 내기보다 SK에게 유리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옵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KT, LG유플러스가 어느정도 계약이 맺어진 상황에서 SK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와의 갈등 구조를 계속 가져가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망 이용대가를 받기보다)넷플릭스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강화하는 게 더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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