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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인수전 공식화한 삼성전자, 'JY 네트워크' 눈길

  • 2022.09.22(목) 14:28

이재용 부회장, 손정의 회장 방한 언급 '이례적'
글로벌 반도체 업계 흔들 '빅딜' 성사 여부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합병(M&A)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기업 ARM에 대한 '빅딜설'이 현실화된 가운데 반도체 업계를 뒤흔들 삼성전자의 초대형 인수합병이 조만간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손정의 회장을 비롯한 글로벌 재계 인사들과의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이 부회장의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새삼 관심이 모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ARM 인수전 공식화

해외출장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 부회장은 전날(21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ARM과의 경영진 회동'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경영진을 만나진 않았다"면서도 "다음달에 손정의 회장이 서울에 오는데 아마 그때 그러한 제안을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측도 이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대변인은 이날 "손 회장이 삼성전자와 ARM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논의할 예정으로 이번 한국 방문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ARM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 핵심 두뇌라 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에서 핵심 기술을 갖춘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업체다. 세계 모바일 칩의 90% 이상이 ARM의 기초 설계자산(IP)을 사용하고 있다. 

손 회장이 이끄는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ARM의 지분 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310억달러(약 37조원)에 사들였다가 2020년 미국 엔비디아에 이 회사를 매각키로 했으나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매각 대신 ARM의 기업공개(IPO)로 방향을 선회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대규모 M&A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지난해 1월 열린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윤호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향후 3년 내로 의미 있는 규모의 M&A 실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도 올해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현지 간담회에서 "조만간 대형 M&A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례적 언급, ARM 인수 논의 진척 가능성 

삼성전자가 대규모 M&A를 추진하면서 업계에선 유력한 인수 대상 후보로 ARM을 꼽아왔다. 삼성전자의 ARM 인수전과 관련해 이 부회장과 소프트뱅크측이 두 회사 총수들간의 만남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대규모 M&A는 협상 과정을 비롯해 거래 상대방과의 접촉 여부 자체도 외부에 일절 알리지 않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ARM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관련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간 인수 논의 작업이 어느 정도 진척됐기 때문에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이 서로의 만남을 공식화한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프로세서는 ARM 설계를 기반으로 생산한다. 삼성전자가 ARM을 품게 되면 동반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ARM을 단독으로 인수하는 것은 독과점 우려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ARM의 인수를 추진한 미국의 엔비디아도 독과점을 우려한 각국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수 방식을 놓고 삼성전자 '단독'이 아니라 SK하이닉스와 퀄컴, 인텔 등 다른 여러 반도체 업체와 연합을 형성해 ARM을 사들이지 않겠느냐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여러 국가 업체들과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 확보를 통한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 폭넓은 네트워크 눈길 

삼성전자의 대형 M&A가 본격화면서 이 부회장의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새삼 관심이 모인다.

알려진대로 이 부회장은 손 회장과 긴밀한 사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7월 방한한 손 회장을 만나 차세대 통신 및 사물인터넷 등에 대해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2013년과 2014년, 2019년 한국을 찾았을 때에도 이 부회장을 만났다. 

삼성전자는 이날(22일) 미국의 1위 케이블 사업자인 컴캐스트(Comcast)의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차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버라이즌과의 7조9000억원 규모 5G 장기계약을 맺었고 이듬해에는 NTT 도코모와의 통신장비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에도 이 부회장은 직접 해당 통신사 CEO와의 만남을 통해 협상을 진척시켰다.

이 부회장은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 자녀들의 결혼식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아 인도를 방문해 친분을 쌓기도 했다. 인도 최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 지오는 현재 전국 LTE 네트워크에 100% 삼성전자의 기지국을 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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