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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합종연횡]①IRA 대응에 바빠진 기업들

  • 2022.11.29(화) 16:10

배터리 업계, 원재료 공급망 강화 적극적

전기차·배터리 업계가 내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직 법안의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국 위주 정책이라는 점은 기정사실이다. 게다가 미국의 IRA 이후 유럽까지 핵심원자재법(CRMA)을 추진하면서 현지화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대비한 국내 배터리 업계의 대응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최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와 소재기업, 광물업체 등이 손잡고 북미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구축에 나선 것이다.

이는 IRA에 포함된 전기차 보조금 때문이다. 내년까지 니켈, 코발트, 리튬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을 북미 혹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40% 이상 조달해야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내년 이후부터는 비중이 더 늘어나 2025년에는 60%, 2027년에는 80%를 충족해야 한다.

앞서가는 배터리 기업

SK온은 현대차그룹과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지난 24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양사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주요 전기차 공장에 SK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급 시점은 오는 2025년 이후다. 공급 물량, 협력 형태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할 예정이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의 생산·가공, 전기차 조립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IRA 제한 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SK온은 최근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확보를 위해 호주, 칠레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의 자원개발업체들과 구매 계약을 맺고 IRA 요건 충족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앞서 SK온은 국내 이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 중국 전구체 생산기업 거린메이(GEM)와 업무협약을 맺고 인도네시아에 니켈 중간재인 '니켈 및 코발트 수산화혼합물(MHP)' 생산 공장을 짓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이자 매장국인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설립해 니켈 공급망 강화에 나선 것이다. 오는 2024년 하반기부터 연간 약 3만톤의 니켈 MHP를 양산할 계획이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라 인도네시아산 니켈은 IRA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3사는 향후 확보한 니켈 MHP를 기반으로 한국에서 황산니켈 및 전구체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과의 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황산니켈을 만들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투입하면 IRA 전기차 보조금 요건 충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SK온은 이달 칠레 SQM과 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5년 동안 약 5만7000톤을 공급받기로 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호주 레이크 리소스에 지분 10%를 투자, 오는 2024년부터 10년 동안 리튬 23만톤을 공급받는 중장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신영기 SK온 구매담당(앞줄 가운데), 박상욱 에코프로 부사장(오른쪽), 지앙 미아오(蒋淼) GEM 부총경리(왼쪽) 등 3사 관계자들이 인도네시아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사진=SK온 제공

LG에너지솔루션도 북미 지역 내 배터리 공급망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채굴·가공하는 업체와 공급 업무협약을 맺는 방식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호주 시라와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흑연은 지난해 기준 중국산 비중이 70.4%에 달해 배터리 핵심 소재 중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광물로 꼽힌다. 업계에서 IRA 대응을 위해서는 흑연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이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5년 내 북미 역내에서 양극재 63%, 음극재 42%, 전해액 100%, 핵심광물 72%를 현지화하는 것이 목표다.

정혁상 LG에너지솔루션 상무는 지난 24일 '배터리 선도도시 포항 국제컨퍼런스 2022'에서 "시장 내 여러 핵심 업체와 적극적으로 파트너십을 맺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성하고, 현지화 요구에 맞출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호주, 캐나다, 칠레 등에 위치한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대응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발맞추는 소재 기업

배터리사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소재사도 발을 맞추는 분위기다. LG화학은 북미 지역의 양극재 원재료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고려아연과 사업협력을 맺었다. 미국 현지에서 재활용 광물-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고려아연은 지난 7월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인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했다. 여기서 생산한 리튬·니켈 등의 핵심 광물을 LG화학이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짓고 있는 12만톤 규모 양극재 공장에 우선 공급하는 방식이다. LG화학의 양극재 공장은 내년 1분기 착공돼 2025년말 양산 돌입 예정이다.

LG화학 테네시 양극재 공장 예상 조감도./사진=LG화학 제공

국내 대표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도 지난 7월 SK온, 포드와 손잡고 북미 지역 양극재 생산시설 설립과 투자를 위한 1조원 규모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고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지역은 캐나다가 유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포스코케미칼도 미국 완성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 '얼티엄캠'을 설립해 북미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5월 출범한 얼티엄캠은 오는 2024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캐나다 퀘벡에 연산 3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나아가 포스코케미칼은 미국에 음극재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 완성차 업체를 포함한 여러 업체와 조인트벤처 형식의 음극재 공장 증설에 대해 협상하고 있다"며 "연내 의미있는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이번달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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