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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EU 넷제로산업법 대응전략 이렇게 짜라

  • 2023.01.25(수) 17:40

미국에 맞불 놓은 EU 법안…“2025년경 시행 전망”
“정부차원서 국내직접투자 늘릴 방안 모색해야”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유럽연합(EU)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맞대응 조치로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넷제로 산업법)’을 추진한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 내 생산설비가 있거나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들에겐 수혜가 예상되나, 산업계 전반적으로는 또 하나의 무역 장벽이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대안 수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IRA와 유사할 것…보조금·인허가 절차 간소화 예상”

지난 18일(현지시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넷제로 산업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해당 법안을 처음 언급한 데 이어 이날 “넷제로 산업법을 제정해 친환경 기술 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규제환경을 만들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EU의 이러한 행보를 놓고 전문가들은 “미국 IRA에 대한 맞불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IRA 시행 여파로 인해 친환경 산업 관련 투자가 미국으로 몰릴 것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앞서 EU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IRA 일부 조항이 차별적이라며 수정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EU는 ‘인플레이션 완화’ 및 ‘친환경 산업 유치’라는 비슷한 골자의 법안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복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넷제로 산업법의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 반도체법과 유사한 형태일 것”으로 예고했다. ‘EU 반도체법’의 핵심이 430억유로(약 58조원)를 투자해 글로벌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현재 9% 수준에서 오는 2030년 20%로 끌어올리는 것임을 고려했을 때 넷제로 산업법도 막대한 보조금을 통해 클린테크 생산시설 관련 허가절차를 간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넷제로 산업법은 2025년경 시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EU는 미국이나 한국보다 입법 과정서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서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넷제로 산업법에는 전기차 관련 보조금뿐만 아니라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여러 가지 보조금 혹은 관련 사업에 대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안이 이르면 올 3~4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EU의 입법 절차가 완료되는 시점이 통상 1년~1년 6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해당 법은 내후년 정도에 시행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현지공장 보유해야 유리…비용·혜택 따져봐야”

이에 국내 기업들은 IRA가 발효되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에 대한 전략도 함께 준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EU의 넷제로 산업법이 미국 IRA와 마찬가지로 현지 생산공장을 보유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진단한다. 한화솔루션과 씨에스윈드 등과 같이 현지에 생산공장을 건설해 역내 탄소 감축에 기여하고 일자리 공헌을 하는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얘기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U의 넷제로 산업법도 IRA처럼 역내 생산에 차별 지원하는 정책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며 “낮은 원가를 무기로 삼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수출이 억제될 것이며 물론 EU 내에 직접 진출하는 기업들이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연구원은 “EU는 이 외에도 공급망 실사법(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lity Due Diligence), 탄소국경조정세,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 Act) 등 역내에서 정해진 룰에 의해 생산하는 업체들이 유리하게 제도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넷제로 산업법의 득실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인건비 등 투입돼야 할 비용과 보조금 혜택 사이에서 득실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넷제로 산업법이나 IRA의 핵심은 역내 기업들에게 보조금 등 지원 혜택을 높이겠다는 것이지 다른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의 수입을 아예 막겠다는 건 아니다”며 “기업들이 그간 EU에서 생산하지 않았던 이유는 ‘비싼 비용’ 때문이었으니 혜택과 비용을 놓고 각 기업의 니즈에 따라 계산기를 두들겨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와 무역 규제 대응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직접투자 유출액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기업과 투자자 등이 해외에 직접투자한 금액은 신고금액 기준 792억1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 규모 215억2300만달러 대비 3.7배에 달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넷제로 산업법과 IRA는 해당 구역에 공장을 짓고 현지인을 고용하라는 취지이며 이는 결국 직접투자와 연관된 것”이라며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투자 유치를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법인세 인하 및 투자세액 공제율 인상 등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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