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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중인 K칩스법안 내용, 벌써 경쟁국에 뒤쳐졌다

  • 2022.11.29(화) 17:00

4개월 간 답보였던 'K칩스법' 심사 시작
해외 국가들 반도체 지원 더 확대 나서

한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K칩스법' 논의에 최근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K칩스법 내 세제혜택을 더 늘리는 등 법안 수정 논의가 필요할 정도로 글로벌 정세가 또 변했다는 반응이다.

'K칩스법' 논의 급물살

K칩스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산업특화단지 조성 지원과 신속한 신규 생산설비 인허가, 반도체 세액 공제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반도체 산업 지원 법안이다. 지난 8월 발의된 이후 여야 간 의견 대립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던 야당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지난 22일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지난 8월 발의한 내용을 수정해 발의하면서 협상 여지를 내비친 것이다.

29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 K칩스법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수정안을 모두 상정하고 병합심사를 진행한다. 일각에서는 안건이 상정되고 심사를 시작한 만큼 올해 안에 K칩스법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의회 문턱을 넘기 위해선 K칩스법의 핵심인 세제 혜택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야당이 발의한 수정안의 핵심은 대기업이 시설 투자를 할 경우 법인세 공제를 현행 6%에서 10%까지만 확대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양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는 대기업의 세제 혜택을 20%로 여야가 제시한 공제 수준은 두 배 차이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각국 정부들, 반도체 지원 '더 많이 더 크게'

답보상태였던 K칩스법이 갑자기 화두가 된 이유는 최근 해외 각국에서 잇따라 반도체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각국 반도체 법안의 핵심은 자국에 해외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거나 자국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반도체 지원 법안(European Chips Act)'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반도체 지원 법안은 유럽 내 반도체 생산량을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총생산량의 20%까지 높이기 위해 총 430억 유로(약 60조원)를 투자하겠다는 법안이다.

EU는 다음 달 예정된 회원국 장관회의에서 이번 합의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상반기 중 유럽의회와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 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8월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CSA)'을 공포하고 반도체 사업 육성에 나섰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에 총 520억 달러(약 69조원)의 보조금을 주는 내용이 골자다. 또 반도체 관련 투자 기업에 25%의 투자세 공제도 지원한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이 활발하다. 대만 정부는 최근 자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본사를 대만에 두고 있는 TSMC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정부도 2022년도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반도체 관련 예산에만 1조3000억엔(약 12조4415억원)을 책정했다. 이중 700억엔(6698억원)을 지난 23일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등 8개 업체가 합작해 세운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Rapidus)'에 지원한다.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생산을 목표를 세우고, 삼성과 TSMC 따라잡기에 나섰다.

 경쟁력 부족한 K칩스법안

업계에서는 해외 각국에서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는 탓에 K칩스법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주도권을 해외에 뺏기고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 대만에서는 반도체 업체들에 25%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에서 논의 중인 세제 혜택은 20%가 최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반대에 부딪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기획재정부가 반도체 산업 세제 혜택은 최대 8%까지만 허용하겠다고 밝혀 정부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 하나를 건설하는 데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곳의 격차는 커지는 게 당연하다"며 "대표적으로 미국은 25%의 세액 공제를 주고 자국 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상황이라 아무래도 국내 업체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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