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신약의 적응증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의약품은 허가받은 적응증에 한 해 처방이 가능한 만큼 품목 매출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응증 확대가 매우 중요해서다.
대웅제약은 자체 개발한 의약품의 적응증 확대로 최근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대웅제약이 적응증 확대를 준비 중인 대표 품목은 보툴리눔 톡신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와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다.
보툴리눔 톡신제제는 주름, 사각턱 개선 등 미용뿐만 아니라 경부근 긴장이상, 사지경직, 편두통 등 치료에도 사용된다. 나보타는 국내에서 미간주름·눈가주름 등 미용 영역과 뇌졸중 후 상지근육경직 개선, 눈꺼풀 경련, 사시증, 다한증 등 치료 영역에 대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수출국인 미국에서는 미간주름에 대한 적응증만 승인받았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인 대달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59억달러(약 7조원)였다. 이중 치료영역의 시장규모는 전체 시장의 약 54%인 32억달러(3조원)에 달한다.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의 잠정 실적 발표에 따르면 나보타의 지난해 매출은 1억4860만달러(약 1870억원)였다. 단지 '미간주름'에 대한 적응증만으로 국내에서는 대형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여기에 나보타의 적응증을 '미간주름'에서 다른 미용 영역과 치료 영역으로 확대할 경우 막대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앨러간의 '보톡스'의 경우 미용 영역에서는 이마·눈가·미간주름 외에도 △사각턱 △종아리 알통 등, 치료 영역에서는 △이갈이 △침샘 비대증 △다한증 △편두통 증상 완화 △방광기능장애 등 다수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웅제약도 국내에서는 지난해 사각턱 개선에 대한 허가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해외에서는 만성 및 삽화성 편두통과 경부근 긴장이상 적응증 확대를 위해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의 적응증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펙수클루는 지난해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급성·만성위염 위점막 병변 개선 등 2개 적응증에 대해 품목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HK이노엔이 2019년 먼저 개발해 출시한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에는 밀린다. 케이캡은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위궤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등 5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케이캡은 지난 2021년 연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블록버스터 약물로 자리잡았다. HK이노엔은 초기 '케이캡' 허가 당시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과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등 2개 적응증으로 승인받았고 이후 3년간 적응증을 계속 확대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대웅제약도 '펙수클루'의 매출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적응증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SK바이오팜도 뇌전증(간질)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수출명: 엑스코프리)의 적응증을 성인 부분발작(국소발작)에서 성인 및 청소년 전신발작으로 확대하기 위해 최근 임상3상에 착수했다.
이미 개발을 완료한 의약품도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적응증 확대가 필수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머크의 항암제 '키트루다'다. 키트루다는 지난 2014년 9월 미국에서 허가를 획득한 후 전 세계적으로 18개 암 종에 대한 38개 적응증을 확보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 면역항암제다.
국내에서 7년간 추가한 적응증만 21개에 달한다. 키트루다는 다수 적응증을 확보하면서 지난 2016년 14억200만 달러(1조7600억원)이었던 연매출이 지난해에는 209억 달러(26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키트루다는 올해 글로벌 매출 1위 제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개발에 성공했더라도 제한된 적응증으로는 계속되는 약가인하와 제네릭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매출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적응증 확대에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