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지난달 약속한 60조원 지역 투자의 첫 번째 투자를 발표했다. 분야는 '디스플레이'다. 4년 동안 약 4조원을 8.6세대 IT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투입한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진 만큼,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른바 '디스플레이 최강국'이 되기 위한 '팀대한민국의 팀플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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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 IT용 OLED에 4.1조 투입
4일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제2캠퍼스에서 신규투자 협약식을 열고 총 4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6년까지 태블릿, 노트북 등 IT용 OLED 패널 생산 공정을 고도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번 투자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는 IT용 OLED의 유리 기판을 기존 6세대급(1.5m×1.8m)에서 8.6세대급(2.25m×2.6m)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6세대급 설비에서는 14.3인치 태블릿 패널을 연간 약 450만장 생산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 투자하는 8.6세대 설비로는 연 1000만장까지 생산할 수 있어 생산성이 높아진다.
특히 이날 협약식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경귀 아산시장을 비롯해 소재∙부품∙장비 사업 주요 협력업체, 충남지역 4개 대학 총장과 산학협력 10개 대학 교수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여는 4조1000억원의 대규모 신규 투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충남은 세계 최초로 OLED를 양산한 곳"이라며 "혁신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 분업체계에서 부가가치가 큰 첨단산업 분야의 역량을 키워야 하고, 이 분야에 과감한 지원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민간이 적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OLED 기술 고도화를 위한 R&D(연구개발)를 지원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견지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디스플레이 산업 초기부터 함께 성장한 중소, 중견 소·부·장 기업의 기술력을 더욱 높여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과 생태계를 확보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OLED 생산기술 혁신과 응용제품 개발에 4200억원 규모의 R&D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기업의 적기 투자를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OLED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도록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 수요 맞춤형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 계약학과 및 현장 중심 아카데미 운영 등을 통해 9000명의 선도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다.
정부와 '팀플' 나선 이유
정부는 지난달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2026년까지 6대 첨단산업 분야에 총 550조원 이상의 민간투자를 이끌어내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는 이 첨단산업 육성전략의 첫 단추다. 삼성이 지난달 약속한 60조원 지역 투자의 첫 이행이기도 하다. 업계에서 이번 투자를 두고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만든 '팀대한민국의 팀플레이'라고 풀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은 잇따라 투자 규모를 축소하며 대량 해고를 진행하는 등 '급(急)브레이크'를 밟는 추세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투자에 속도를 내는 데에는 '디스플레이 최강국'을 위한 정부의 비전과 정책적 지원에 민간의 투자 의지가 더해져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투자는 '첨단산업 발전과 지방 균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전략이다. 이번 투자로 국내 설비 및 건설업체의 매출이 약 2조8000억원 규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이 8.6세대 OLED 기술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과 협업을 통한 '종합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구축이 필수적이다. 또 설비·건설투자 및 장비 구축 등 투자 과정에서 약 2만6000명 규모의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입지도 견고해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최근까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지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의 경우 이미 중국과의 격차가 사실상 없어졌다. OLED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 유일 OLED 생산업체인 JOLED가 기술 완성도와 품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파산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8.6세대 OLED 투자를 통해 노트북과 태블릿용 OLED에서 기술적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2026년부터 IT용 OLED가 연간 1000만대 생산되면 IT용 OLED 매출은 삼성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게 된다. 지금보다 5배 증가한 수준이다. 현재 세계 1위인 스마트폰 OLED 패널 시장에 이어 IT용 OLED 패널 시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패널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8.6세대 IT용 OLED 투자는 중국과의 치열한 양강 경쟁 구도에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지키기 위한 초강수"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