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3년 전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BW 중 1300억원을 오는 7월초까지 상환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한진칼이 자금 조달을 위해 BW 발행에 한번 더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진칼의 현금 상황이 넉넉지 않은 데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차입이 부담스러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진칼은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BW 한도를 두배 가량 높이는 안건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재무 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자금 조달을 위한 창구를 더 열어둔 셈이다.
1300억원 다음달까지 상환해야
한진칼은 2020년 7월 3000억원 규모의 BW를 공모 방식으로 발행했다. 표면이자율 2.0%, 만기 이자율 3.75%로 오는 7월3일 만기를 앞두고 있다. 한진칼은 당시 조달한 자금 3000억원 중 2000억원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나머지 1000억원은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했다.
BW는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가 붙은 사채다. 투자자에게 일정한 가격에 주식을 전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대신 일반적인 회사채보다 금리가 낮다. 발행 기업 입장에서는 일반 회사채 대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재무적 부담을 덜 수 있다. 투자자 역시 주가가 상승할 경우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데다 공모 형태의 BW는 워런트만 따로 분리해 판매도 가능하다.
이 회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주식전환권을 일부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자와 원금을 상환받는 것보다 한진칼의 주가 상승 가능성을 더 크게 본 것이다. 2020년 8월부터 2022년 8월까지 투자자들이 전환한 주식수는 약 53만주에 달했다.
하지만 작년 8월 이후 주식으로 전환한 사례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전환가액 대비 주가가 더 낮아진 영향이다. 한진칼의 현재 주가는 4만9000원대로 주식 전환 가격인 5만7200원을 밑돌고 있다. 한진칼은 증자와 주가 하락을 이유로 총 9차례의 리픽싱(전환조정가액)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현재 주식 전환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3일 주식전환권리행사가 최종 만료되면서다. 한진칼 입장에서 나머지 금액은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1분기 기준 BW 미상환 잔액은 1350억원(표면이자, 만기이자 포함)에 달했다.
BW 발행 한번 더?
한진칼이 보유한 현금을 이용해 상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금 곳간이 넉넉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현금성 자산은 1760억원에 달했다.
BW 외에도 1년 안에 갚아야 할 금액이 적지 않다. 한진칼은 1년 내 240억원의 차입금과 1038억원에 달하는 일반 회사채도 상환해야 한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별도재무제표기준 유동비율(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은 42.2%를 기록했다. 유동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건 1년 안에 상환해야할 부채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많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자금 조달을 위해 한진칼이 다시 한번 BW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회사채 발행 역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중 하나이지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발행에 나서기 쉽지 않다. 지난해 일반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부진을 겪은 것도 큰 부담이다.
BW 추가 발행에 대한 여지는 또 있다. 한진칼이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BW 발행 한도를 높이는 안건을 통과시면서다. 이 회사의 기존 BW 한도는 3000억원이었지만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발행 한도가 6000억원으로 늘렸다.
이에 대해 한진칼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BW를 상환할 지 밝힐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