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이 꾸준히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 지난 10일까지 발행한 회사채 규모만 4000억원이 넘는다. 다만 최근 발행한 회사채 금리가 과거 대비 높아지면서 이자 부담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한진이 지난 1분기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도 높아진 이자 탓이 컸다.
최근에는 전환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주식전환권이 부여되는 대신 금리가 낮은 전환사채를 발행해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우려스러운 것은 향후 10% 가까운 새로운 주식 물량이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주가 하락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1Q 당기순손실…"이자비용에 발목"
한진의 지난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손실은 5억원이었다. 지난 2022년 1분기 당기순이익이 18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이자비용 증가 때문이다. 한진의 지난 1분기 금융원가(이자비용, 리스이자비용이 포함된 회계 계정과목)는 276억원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다. 이자비용이 영업이익(235억원)을 갉아먹으면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앞으로 지불해야 할 이자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약 1년 반 동안 회사채를 집중 발행한데다 금리까지 올라서다. 지난 1분기 기준 한진의 회사채 규모는 6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9% 늘었다.
그 중 한진이 2022년~2023년 7월까지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4319억원에 달한다. 연 이자는 3.9~6.8% 수준으로 1년에 지불해야 할 이자만 200억원 수준이다. 과거 발행한 회사채 연 이자가 2.5~4%인 점을 고려하면 이자 비용이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라면서도 "다만 한진의 경우, 과거 발행한 회사채 상환을 위한 회사채 발행이 주를 이루고 있고 금리가 오르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이자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높아진 이자 비용을 상쇄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적 개선이다. 영업이익이 증가하게 되면 기업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개선돼 이자 부담은 경감된다.
하지만 한진의 지난 상반기 실적은 전년 대비 부진했다. 한진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6% 감소했다. 이 기간 매출은 1조363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아직 잠정실적만 발표된 상황이어서 당기순이익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상반기 실적이 다소 둔화한 부분이 있다"며 "다만 3~4분기에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전환사채 발행…물량 10% 쏟아질 수도
한진은 지난 11일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한진은 조달한 자금을 통해 지난 2020년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와 오는 31일 만기가 도래하는 3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할 계획이다. 부족한 자금은 한진의 자체 보유 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한진이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도 이자 부담 때문이다. 주식전환권이 부여된 전환사채는 일반 회사채 대비 이자가 낮다. 한진이 이번에 발행한 전환사채의 이자율은 2.5%로, 최근 발행한 회사채 대비 2배 이상 낮다. 여기에 중간에 지급해야 할 이자도(표면이자율 0%) 없어 만기(2028년 7월)때까지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전환사채 발행으로 이자 부담은 줄인 대신 '주식 전환'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안게 됐다. 이번에 발행한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1만9170원이다. 전체 주식총수대비 9.76% 수준이다.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전체 주식 물량이 증가하면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주식전환청구는 오는 2024년 7월부터 가능하다.
아울러 이번에 발행한 전환사채로 지난 2020년 발행한 전환사채를 상환하게 되면서 전환가액이 크게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하게 됐다. 이번에 상환하게 될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3만9150원이었다. 한진의 지난 17일 주가 종가가 1만9110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주식전환 가능성이 낮았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행한 전환사채로 과거 발행한 전환사채를 상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식전환가액(3만9150원→1만9170원)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하게 됐다"며 "전환사채 발행 규모(200억원→300억원)는 커졌고 전환가액이 낮아지면서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물량은 많아지고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주당 가치가 하락할 여지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