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제조 업체들이 테슬라 전용 충전 방식인 '북미충전표준(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방식으로 제조에 나섰다. 지난해 말 테슬라가 NACS 충전기 관련 기술을 공개하면서 여러 전기차 업체가 NACS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하면서다. 충전기 제조 업체들은 NACS 충전기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국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NACS, 북미 충전 표준 될까
현재 북미 전기차 충전 시스템은 테슬라의 NACS와 합동충전시스템(CCS·Combined Charging System)으로 나뉜다. NACS는 테슬라 전용 충전소인 '슈퍼차저'에 적용된 충전 규격이다. NACS는 CCS 대비 케이블이 작고 가볍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플러그앤차지(Plug&Charge) 기능을 제공해 충전과 결제가 간편하다.
CCS는 1개 충전구로 완속·급속·비상 급속충전을 할 수 있고, 급속충전 속도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반면 무겁고 주파수 간섭이 발생할 경우 충전정보를 원활히 제공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NACS방식은 그동안 테슬라만이 사용해 왔다. 다른 전기차 업체들은 모두 CCS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미국 정부가 테슬라 측에 전기차 충전소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다른 업체들도 NACS 규격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테슬라가 NACS 관련 기술을 공개하자 미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기존에 사용하던 CCS 대신 2025년부터 NACS 연결 포트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기준 테슬라·GM·포드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74.2%에 달한다. 최근 스텔란티스도 NACS 방식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모두 NACS 방식을 채택한다면 미국 내에서 NACS 방식의 전기차 비중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CCS 방식을 채택한 전기차가 많이 판매된 탓에 당분간은 CCS방식과 NACS 방식이 혼재된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북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를 비롯해 여러 전기차 업체가 NACS방식을 채택하면서 향후 NACS 방식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NACS 비중 늘리는 충전기 제조 업체들
NACS 점유율이 높아지자 충전기 제조 업체들도 NACS 충전기 제조에 나섰다. 미국 내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인 블링크차징, 차지포인트, 호주에 기반을 둔 트리티움은 충전기 제품에 CCS와 함께 NACS 연결 포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스위스의 충전기 제조업체 ABB의 미주법인도 NACS 방식의 충전기를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설계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 업체 중에선 SK시그넷이 가장 먼저 NACS 충전기 제조에 나섰다. SK시그넷은 연내 NACS 커넥터를 적용한 제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그동안 SK시그넷의 초급속 충전기 제품은 1대의 충전기에 장착된 두 개의 커넥터가 모두 CCS 방식이거나, CCS와 일본의 차데모(CHAdeMo)방식이 각각 하나씩 적용된 형태였다. 앞으로는 1대의 충전기로 테슬라와 CCS방식의 전기차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어 효율적인 충전소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SK시그넷은 지난 5일 미국 텍사스 공장을 준공했다. 오는 7월부터 초급속 충전기 제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SK시그넷에 따르면 텍사스 공장에서는 연간 총 1만기의 초급속 충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해당 공장에서 NACS 방식의 급속 충전기도 같이 제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충전기 제조 업체들도 NACS 규격의 충전기 제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CCS 방식의 전기차가 많지만 향후 포드와 GM 등 여러 완성차 업체가 NACS 방식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다면 향후 NACS 충전기 판매 비중이 CCS를 넘어서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