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불과 일주일 앞둔 지난 수요일에 많은 눈이 내렸죠. 비라면 모를까 눈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쌓인 눈을 보다 보니 연초부터 자동차 업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가 생각났습니다. 바로 북극 한파로 미국 일부 지역에서 전기차가 방전된 현상인데요.
전기차가 방전되면 답도 없습니다. 전기차 제조사도 당시 난감해했었죠. 어찌할 방도가 없었고, 견인 조치가 최선이란 말만 반복했습니다. 아마 올해 겨울도 동장군이 올 겁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전기차 차주들은 물론이고 전기차 제조사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요.
최근 업계에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혹한에서도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배터리 충전 설계에 조금의 변화만 주면 된다고 하는데요. 이번 테크따라잡기에서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해당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25~35도 유지가 관건
전기차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징부터 볼까요. 리튬이온은 배터리의 에너지원입니다. 배터리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는 주체가 바로 리튬이온입니다. 보통 25~35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데요.
온도가 낮아지면 리튬이온 움직임은 상당히 더뎌집니다. 배터리 성능 저하로 이어지는 거죠. 겨울만 되면 전기차 주행거리 등이 뚝뚝 감소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평시와 같은 성능을 유지하려면 배터리 온도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일명 배터리 승온(昇溫)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배터리 팩에 직접 히터를 장착하는 겁니다. 배터리 온도를 즉각 올리는 거죠. 간단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냉각수가 일정 온도를 유지할 때 작동합니다.
두 번째는 배터리 팩의 온도 조절을 위해 흐르는 냉각수 온도를 높이는 건데요. 이를 위해서는 기존 모터와 인버터를 작동해야 합니다. 별도의 히터를 장착하지 않아 효율적이지만, 전자에 비해 배터리 승온에 필요한 에너지가 2배 더 들어갑니다.
혹한도 버틴다
두 방법 다 아쉽습니다. 앞서 미국에서 방전된 전기차들을 보면 해당 방법들은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에서 그닥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고요.
각각의 장점만 모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간단하지만 효율적인 그 방법을 찾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물론 극한의 저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안전장치도 함께 고안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택한 방식은 히터로 냉각수를 가열하는 것입니다. 냉각수 유입구에 배터리 히터를 둔 겁니다. 처음부터 데워진 냉각수가 흐르니 배터리 온도도 빠르게 상승합니다. 히터 위치만 바꿨는데 효과는 그 이상입니다.
혹한에서도 충전이 가능하도록 관련 로직도 구성했습니다. 충전 케이블만 장착하면 배터리로 전류를 흘려보내 충전이 이뤄지도록 말이죠.
이런 기술 덕에 현대차그룹 전기차들은 한파 당시에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고 전해집니다.
배터리 성능 시험을 담당하는 현대차그룹 전동화구동시험5팀 서원우 파트장은 "이상 기후가 빈번해지며 대응해야 할 환경이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시험 기준을 더욱 넓혀 고객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없이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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