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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 떨어지는 철광석 가격에…철강업계 매서운 '빙하기'

  • 2024.08.28(수) 10:30

원자재값 급락·중국산 공세에 '시름'
수요 부진에 가격 인상 쉽지 않아
조선후판협상서 불리해질 가능성도

그래픽=비즈워치

철광석 가격이 크게 내리면서 철강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시황 둔화에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까지 겹쳐 이미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철광석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될 경우 조선 후판 등 제품 가격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철광석 가격이 울고 웃는 철강사

28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정보에 따르면 철강재를 생산하는 주요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최근 2년 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철강사들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달 평균 철광석 가격은 톤당 98.10달러로, 전달 대비 7.4% 하락했다. 업계의 생산 손익분기점으로 볼 수 있는 100달러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올해 1월(135.13달러) 가격과 비교하면 27.4% 내렸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데 쓰이는 제철용 원료탄 역시 가격이 크게 내렸다. 원료탄은 이달 기준 톤당 212.67달러를 보이며 연초 대비(330.23달러) 35.6% 하락했다.

철광석 가격 변동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철광석과 원료탄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이 생산하는 철강재 원가의 50~60%를 차지한다.

통상 제조업에서 원자재 가격이 내리면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호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철강사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철강사들이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수익성을 높이는데 원자재 가격의 장기 하락세는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업계는 경기 불황 등을 이유로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72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4%가량 줄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현대제철 역시 1년 전보다 매출은 11.1%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80.8%나 쪼그라들었다.

철강업계의 보릿고개는 조선업을 제외한 전방 산업군마다 수요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지난해부터 고금리 여파로 수요 위축을 겪고 있다. 같은 이유로 건설 경기도 크게 꺾였다. 이 탓에 철강업계 전반의 실적도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통상 철강업계에서 가장 큰 수요처는 완성차업계다. 뒤이어 건설업, 조선업 순으로 철강 수요가 많다.

수익성 회복을 위해서는 판매가격을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낮다. 여기에 중국의 내수 부진으로 과잉 생산된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으로 대량 수입되면서 공급 과잉 현상까지 겹쳤다. 전기료, 인건비, 해상 운임 등 원자재 외 제조 비용이 오른 점도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뚝 떨어진 원자재 가격과 중국산 공세로 철강업계는 현재 진행 중인 조선업계와의 후판 가격 협상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올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더욱 인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가격은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는 톤당 약 100만원, 하반기는 90만원 중반대에 각각 합의를 이뤘다. 올해 상반기는 90만원 초반대에 협상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1위의 경고… 혹한 찾아오나

포항제철소 제2고로에서 쇳물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향후 전망도 어둡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4년 하반기 산업 기상도 전망 조사'에서 중국의 저가 제품 수입으로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미국의 중국 철강 고관세 부과 시행과 미국 대선 예정 등으로 중국산 저가 제품이 한국에 다수 유입될 것으로 평가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업체 바오우 스틸의 후왕밍 회장은 최근 반기 업무회의에서 "철강산업이 위기에 처해있다"며 "2008년과 2015년의 침체 때보다 더 길고 더 춥고 더 어려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최대 은행인 커먼웰스의 비벡 다르 광업·에너지 연구팀장도 "철광석 가격이 당분간 톤당 100달러를 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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