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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3사, 실적 반등했지만…환율이 만든 '종잇장 성장'

  • 2025.02.27(목) 09:40

무림페이퍼 영업익 894억, 전년比 31.8%↑
P&P도 214% 성장…펄프 호재까지
대외변수 아닌 탄탄한 신사업 개발 과제

이도균 무림 대표./그래픽=비즈워치

무림그룹 상장 3사(무림페이퍼·무림P&P·무림SP)가 지난해 나란히 흑자를 기록했다. 사업 경쟁력 확대보다는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덕이 컸다. 올 들어 펄프 가격이 하락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해와 같은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환율 따라 울고 웃는 실적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무림페이퍼의 지난해 매출은 1조3939억원으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94억원으로 31.9% 늘었다. 순이익의 경우 482억원을 거두면서 1년 만에 35배나 뛰었다.

같은 기간 무림P&P는 매출이 5.6% 증가한 8116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365억원, 순이익은 227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14.1% 급증했으며 순이익은 흑자전환하며 실적을 회복했다.

지주사인 무림SP도 적자를 벗어났다.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6억6000만원을 거두면서 흑자 전환했고 순이익도 3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1769억원으로 전년 대비 9.1% 성장했다. 

무림 상장 3사의 연간 실적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무림 3사의 실적 반등은 환율과 원자재 가격 변동이 밀어 올린 결과다. 환율이 오르고, 종이 원료인 펄프 가격이 뛰면서 무림의 수익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무림의 핵심 계열사인 무림P&P는 국내 유일의 펄프 생산업체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만큼 환율과 국제 펄프 가격 등락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인다.

지난해 달러-원 환율은 평균 1363원으로, 1년 새 60원 넘게 올랐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무림P&P 영업이익은 25억원씩 증가한다.

특히 종이의 원재료인 펄프 가격은 무림P&P의 실적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무림P&P의 펄프사업부는 통상 톤당 72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펄프 가격이 이보다 높아지면 이익이 증가하지만, 하락하면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작년은 펄프 가격도 크게 반등한 해였다. 2023년 6월 톤당 565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 펄프 가격은 이후 지속 상승해 지난해 7월에는 895달러까지 치솟았다. 무림P&P의 손익분기점을 감안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으로 직결된 것이다.

무림 실적이 외부 변수에 좌우된 모습은 3년 전에도 확인된다. 2022년 펄프 가격이 톤당 1000달러를 넘자 무림P&P의 영업이익은 683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23년 가격이 떨어지자 그해는 116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실적 반등을 주도했던 환율과 펄프 가격이 다시 하락하면서 올해 실적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23년 평균 720달러였던 미국 남부산혼합활엽수펄프(SBHK)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톤당 665달러, 이번 달은 705달러까지 떨어졌다. 손익분기점(720달러)보다 낮아진 만큼 추가 하락 시 수익성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환율도 변수다. 올해 초 환율은 1450원까지 상승했지만 하반기에는 하락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보호무역 기조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 연구원은 "무림P&P의 경우 펄프 가격 변동성이 높은 산업 특성상 원재료 가격과 환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펄프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올해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 경기 둔화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이도균 대표, 성장 증명 과제로

사진=무림

무림그룹 오너 3세인 이도균 대표는 지난해 무림페이퍼, 무림P&P, 무림SP 등 상장 3개사의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그룹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사업을 통해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됐다.

이 대표는 제지업의 성장성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신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이 대표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신소재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림은 최근 친환경 셀룰로스 섬유소재의 저비용 대량 제조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소재는 자동차 내장재와 같은 고강도·내열성 산업자재로 활용 가능하다. 또한 바이오매스 함량이 90% 이상인 생분해성 배리어 필름 첨가제 개발도 진행중이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친환경 포장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일부 성과도 나오고 있다. 무림은 국내 최초로 폐의류를 활용한 포장용지 '네오코튼TMB'를 개발해 LG생활건강 '오휘' 포장재로 적용했다. 헌 옷에서 면섬유를 분리해 천연 펄프와 혼합한 방식으로, 폐기물을 줄이면서도 친환경성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다만 신사업이 주력 사업을 대체할 정도로 성장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실적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올해도 경영 불확실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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