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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4조 증발 외국계 보고서 잔혹사

  • 2013.06.07(금) 17:06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의 괴력인가, 국내 증시의 허약한 체력 탓인가? 또 한 번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 잔혹사가 연출됐다. 이번 희생자는 국내 대장주 삼성전자다.

7일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6.18% 내린 142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월7일 이후 최저가이며 지난해 8월 27일 7.45% 이후 최대 낙폭이다. 당시 애플과의 특허 소송 패소로 주가가 폭락했다.

이번 주가 급락의 배경은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가 지목됐다. 이날 오전 JP모건은 "삼성전자 주가가 박스권에서 정체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10만원에서 190만원으로 내렸다.

JJ 박 JP모간 연구원은 "갤럭시S4의 모멘텀이 S3에 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 3분기 월 주문량이 700만~800만개로 20~30% 줄어 들것"이라고 전망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삼성전자는 3.02% 떨어진 147만5000원으로 출발했다. 오후들어 낙폭은 더욱 커졌다.

뒤 늦게 국내 증권사가 진화에 나섰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성능(High-end)급 스마트폰 부진 전망에 주가가 하락했다"며 "하지만 스마트폰 출하량과 기존 추정치가 큰 차이가 없어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불길을 잡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시총 14조원이 하루만에 사라졌다.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가 애플 소송 패소와 맞먹는 힘을 발휘 한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 잔혹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려아연, 하이닉스, 대한항공, 서울반도체, STX팬오션, 오리온 등도 리포트 '한방'에 무너진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올해 초에는 모간스탠리가 엔씨소프트에 대해 '게임 오버‘(game over)라는 제목의 매도 보고서를 내 주가를 흔들어 놨다.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의 힘은 외국인들이 실제로 보고서를 참고해 투자에 나서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투자를 주도하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를 참고해 주식을 사고 판다. 자연스럽게 국내 투자자들도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엔 무기력해진 국내 증권사 리포트도 한 몫한다.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는 '매도' 보고서가 없다. 기업의 '눈치'를 보며 작성하는 보고서에 투자자 신뢰가 떨어지면서,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의존도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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