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시장에서 22일(현지시간)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무려 3시간이상에 달하는 동안 미국 2위 거래소의 주식과 옵션거래가 멈춘 것이다.
나스닥 거래 중단은 최근 한국 거래소에서 빚어진 거래지연 및 중단 사태와 오버랩된다. 거래소 이사장 공백까지 맞물리며 호된 꾸지람을 들은 터다. 이날 나스닥 사태에 비하면 장중 짧은 시간 동안 호가가 지연되고 매매가 적은 야간에 거래가 멈춘 것은 그나마` 양반`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러나 나스닥 사태는 장시간 거래 중단이 우리 시장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재확인시켜줬다. 과거 선진 시장들의 거래 중단 사태를 살펴본다면 미연에 이를 방지하거나 실제 중단사태 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충분히 짐작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래 시스템 개혁이 꾸준히 필요하다는 점도 일깨웠다.
◇ 나스닥 유례없는 거래 중단 `3시간 먹통`
나스닥 역시 처음엔 호가와 관련된 장애에서 시작됐다. 주식 호가를 분산시켜주는 주식정보 프로세서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엔 거래량이 많은 애플과 인텔 같은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거래가 지연되기 시작했고 나스닥 지수도 업데이트를 멈추면서 거래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나스닥 모회사인 나스닥OMS 그룹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보다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거래소 거래가 3시간 이상 중단된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나스닥에서는 유례없는 일이었다. 테러나 허리케인 등으로 인한 인위적인 거래중단을 제외하면 블랙먼데이가 있었던 1987년과 1994년 정도가 꼽힌다. 게다가 당시 거래 중단 원인은 다람쥐들이 전선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단순한 이유에서 발생했다.
2001년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문제로 85분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거래가 멈췄다. 지난 4월에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도 내부 시스템 문제로 3시간 가량 닫은 가운데 전자거래만 열렸다.
◇ 거래중단, 대개 패닉으로 이어지진 않아
나스닥 거래 중단으로 인한 패닉은 없었다. 이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다우존스 등 다른 주요 증시는 오름세로 마감했고, 나스닥도 거래 재개 후 이들 흐름을 따랐다.
과거 국내외 주식거래 중단 시에도 시장이 우려할 만한 혼란이 나타난 적은 없다. 거래가 실제 중단되더라도 투자자들이 공포에 빠지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 거래가 중단된 동안 이를 알아채지 못한 거래자이 부지기수였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장기투자를 중시하다보니 우수개소리로 거래가 5년동안 중단되더라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나스닥 거래가 중단되는 동안에도 나스닥 종목이 포함된 상장지수펀드(ETF)는 거래가 지속되고 투자자들에게 전혀 고지되지 않는 등 혼란이 있었다. 이날은 거래량이 크지 않았지만 거래 규모가 활발하거나 시장에 '빅 뉴스'가 발생했을 때 거래중단이 겹쳤다면 여파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거래기반에 대한 신뢰감 저하.."개혁필요" 지적도
이번달 들어 나스닥 상장 종목이 전체 거래량의 28%를 차지했고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주식들을 사지 못하게 된다고 구체적으로 가정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장 마감 시간 전에 장이 재개 되지 않았을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하다.
나스닥 거래 중단은 앞으로 비슷한 사고가 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줬고 시장 참가자들도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장시간은 아니지만 비슷한 형태의 거래지연 등은 간헐적으로 있어왔다. 지난해 페이스북 기업공개(IPO) 당시에도 나스닥은 거래장애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댄 베루 필리세이드캐피털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 기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셈이다. 존스트레이딩그룹의 윌리엄 존스 대표는 "화면에 찍히는 지수가 실제로 맞는지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거래 중단 사태를 빚은 나스닥 거래소의 명성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게 됐지만 주식 등 거래 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컴퓨터 관련 거래나 장 시작 전 기관투자자의 대량주문인 '다크풀' 등이 늘어나면서 장중 거래중단은 물론 파급이 커질 확률 또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2010년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플래시 클래시(증시 순간폭락)' 사태로 1만포인트 이상 일시에 등락하는 사태를 빚은 바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달 거래중단 사태 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은 분명 문제지만 큰 파장 없이 지나간 것은 다행이다"며 "거래중단 사태를 예방주사로 삼아서 더 큰 사고를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