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지난 11일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을 최종 승인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우투증권과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아비바생명보험을 총 1조386억원에 인수했다. 금융당국의 승인만 남았다.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업계의 관심은 우투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 시기에 쏠리고 있다. 언제 합치느냐에 따라, 인수·합병(M&A) 성공 여부가 좌우될 수 있다. 합병이 빠를수록, 양 측의 시너지는 커진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반대로 합병이 늦어지면, 조직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인력 이탈이 심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성공·실폐 사례로 한국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있다. 2005년 동원증권과 4개월 만에 합병한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3년 연속 순이익 1위를, 푸르덴셜투자증권과 합병에 2년7개월이 걸린 한화투자증권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 사명까지 버린 동원증권
동원증권은 2005년 2월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했다. 양사의 합병은 2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동원증권이 의뢰한 컨설팅 결과는 ‘조기 합병’이었다. 당시 김남구 동원금융지주 사장은 “최단기간 내 최대의 통합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합병 인가 직후인 6월1일 합병법인 '한국투자증권'이 출범했다. 인수 주체인 동원금융은 시너지를 위해 '동원' 간판까지 내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 사명이 인지도가 높았고, 전통성도 있었다”며 “회사 측에서 과감하게 '동원'을 버렸다”고 말했다.
◇ '1+1=1' 되버린 한화투자증권
한화증권은 2010년 2월 푸르덴셜증권을 4900억원에 인수했다.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은 뒤 그해 6월1일 인수를 최종 확정했다. 여기까지는 한국투자증권과 비슷한 길을 걸었지만, 합병은 더디게 진행됐다.
당초 2011년 1월로 예정된 양사의 합병은 ‘통합 IT시스템 구축’ 문제로 연기됐다. 합병이 연기되자 푸르덴셜증권은 사명부터 ‘한화투자증권’으로 바꿨다. 한화투자증권은 임대료를 내고 한화증권 빌딩을 사용하는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했다.
합병은 2012년 9월에야 성사됐다. 합병 뒤에는 곧바로 지점 수를 줄이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2차 구조조정에 돌입, 337명이 회사를 떠났다. 합병 직후 1848명에 이르던 직원 수는 작년 말 기준 1308명으로 줄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푸르덴셜증권의 직원 수만큼,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 “조기합병 가능성 높다”
농협금융은 금융당국의 승인이 나오는 5월쯤 합병 시기와 방법에 대해 제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인수합병조직(PMI)이 우투증권에 내려와 조직 통합과 인력효율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투증권과 농협증권 합병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투증권 한 임원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양사 체제로 오래가는 것이 안정적이라 더 선호할 수 있다”며 “하지만 고객들은 농협과 우투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할 수 있고, 특히 홀세일(Wholesale, 도매) 영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합병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영업력을 빨리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