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로 인수된 우리투자증권이 오는 12월 NH농협증권과 합병한다. 지난 3일 금융위원회가 이번 인수를 승인한지 열흘 만에 이뤄지는 속전속결 합병 결정이다. 내년부터 출범하는 합병법인에는 그간 양사를 거쳤던 한보증권, 고려투자금융, 럭키증권 등 8개 증권사의 DNA가 흐르게 된다.
12일 우리투자증권은 NH농협증권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비율은 1대 0.6867623. NH농협증권 주주는 이 회사 보통주 1주당 우리투자증권 0.6867623주를 받게 된다.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30일. 내년부터 'NH우투증권'이 출범된다.
이번 합병으로 양측은 자산관리(WM), 홀세일(Wholesale, 도매) 등의 사업부문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계산이다. 특히 농협금융과 연계해 이머징 마켓 진출을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IB)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2020년 총자본 5조7000억원, 당기순이익 4000억, 자기자본이익률(ROE) 7.5%, 홀세일 영업비중 55%의 초우량 증권사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은 작년 말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4월 본계약을 체결했고, NH농협금융은 인수대금(1조500억원 추산)의 약 10%를 냈다. 잔금(90%)은 이번 달 27일 치른다. 인수 대금을 완납하기 전에 이미 합병이 결정된 셈이다.
NH농협금융지주 편입을 앞둔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초 외부 컨설팅을 받고, ‘조기 합병’을 준비해왔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연말까지 합병하려면,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된 LG투자증권은 인수 6개월만에 합병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번 합병법인에는 8개 증권사의 DNA가 흐르게 된다.
우리투자증권은 한보증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69년 설립된 한보증권은 사명을 대보증권으로 바꾼 뒤 1983년 럭키증권에 합병됐다. 이후 LG종합금융과 합병한 뒤 LG투자증권으로 간판을 바꿨고, 2005년 우리증권과 인수되면서 우리투자증권이 출범했다.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1985년 럭키증권 입사 후 30년째 한 회사를 지키고 있다.
럭키증권 TV광고 화면. (자료 한국광고협회) |
NH농협증권은 고려투자금융(1991년 설립)에서 출발했다. 이후 대주주가 바뀌면서 동아증권, 세종증권 등으로 간판을 바꿔달다 지난 2006년 NH농협금융지주에 편입됐다.
다만 이번 합병은 임시 주주총회(오는 11월28일)에서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각각의 참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이상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무산된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는 우리투자증권 보통주 8715원, NH농협증권 6267원이다. 행사기간은 오는 11월28일부터 12월8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