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를 새 주인으로 맞는 우리투자증권이 ‘농협’ 간판을 다는 대가로 한해 최대 150억원에 이르는 이름값을 물게 됐다. 현재 쓰고 있는 ‘우리’보다 2배 비싼 이름값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우리투자증권에게 한해 100억~150억원의 명칭 사용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명칭 사용료는 농협중앙회가 농업협동조합 브랜드를 쓰는 법인에 물리는 일종의 브랜드 사용료다. 농업협동조합법(159조의2)이 정한 명칭 사용료는 매출의 1000분의 25(2.5%) 범위다.
세부적인 부과율은 총회에서 결정된다. 최근 농협중앙회는 부과율을 1.5~2.5%(매출 10조원 초과), 0.3~1.5%(3조~10조원), 0.3%이하(3조원 미만)로 개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의 2013년(1~12월) 영업수익(매출액)은 4조274억원으로, 우리투자증권이 내야 할 명칭 사용료는 최소 121억원으로 계산된다. 이는 우리투자증권의 작년 영업이익(608억원)의 20%에 이르는 큰 액수다.
우리투자증권은 현재도 우리금융지주에 매년 브랜드 사용료를 내고 있다. 2012년 77억원에 이어 작년 1~3분기엔 58억원을 ‘브랜드 사용 수수료’로 지급했다. ‘우리’에서 ‘농협’으로 간판이 바뀌면서, 매년 2배 이상의 이름값을 지불해야 되는 것이다.
농협은 비싼 이름값으로 유명하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의 2012년 브랜드 사용료는 농협중앙회(4351억원), 신한지주(1142억원), 우리금융지주(625억원), KB금융지주(435억원) 등 이다. 농협중앙회가 다른 금융지주보다 평균 9배 많은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배당수익은 별도다. NH농협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 등으로부터 매년 250억~300억원의 배당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명칭사용료까지 합하면, NH농협금융지주는 한해 350억~450억원의 수익이 더 늘어나는 효과를 보게 된다.
이는 NH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낸 빚의 이자비용(400억원)과 맞먹는다. NH농협금융지주는 1조1000억원에 이르는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저축은행 패키지 인수대금을 회사채(9800억원)와 은행차입(1200억원)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매년 발생하는 3~4%의 이자를 우리투자증권 등에게 받는 ‘명칭 사용료’와 배당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작년 12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NH농협금융지주는 현재 최종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1월2일부터 22일까지 계획된 확인실사를 일주일 더 연장하며, 우리금융지주와 가격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당초 매각대금은 1조1000억원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NH농협금융지주가 추산하는 가격은 1조원 정도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