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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모멘텀'..증시는 계속 춤출 수 있을까?

  • 2014.07.29(화) 09:30

낙관론 외면심리에 불 지펴..경제부총리 내정 후 꾸준한 상승
'박스피' 돌파 기대 커졌지만..기업실적·대외여건 결국 고민

이번엔 다를까. 한국 증시가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 연일 연중최고점을 갈아치우면서도 서두르진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는 물론 연초에도 지수가 박스권 상단에 다다를 때마다 낙관론이 쏟아졌다. 매번 기대가 무르익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시장의 기대가 이번엔 맞아 떨어질 지 주목되는 이유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재료 가뭄에 허덕이던 시장에 무게감 있는 호재가 던져졌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경제사령탑을 맡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취임후 바쁜 외부일정을 소화하며 경제살리기 군불 때기에 분주하다. 언론도 '최경환노믹스'를 띄우며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최근 시장 움직임만 보자면 '최경환노믹스'의 파급력은 '박근혜노믹스'를 능가하는 듯 하다.


◇ 최경환노믹스, 시장심리를 제대로 읽다

 

시장의 8할은 심리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동안 더 오를 수 있고 올라야 한다는 당위성은 계속됐다. 하지만 심리가 받쳐주질 못했다.

 

이런 시장에 변화가 일어났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건강문제로 불거진 지배구조 이슈에 더해 최경환 경제팀 출범으로 심리의 기류가 바뀌었다. 최경환호는 적어도 현실을 직시하고 있고, '내수를 살려 성장을 꾀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줬다. 경기가 회복될 때 까지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내용이다.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하할 확률도 어느 때보다 높다.

 

매번 경제팀이 출범하면 증시는 막연한 기대감에 일단 오르고 본다. 이번에는 확신이 없어 오르지 못했던 증시에 적시타가 됐다. 정책 발표 속도는 신속했고 내용은 명확했다. 내수 활성화와 기업 배당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시장에 자신감을 준 것이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과 기업들의 주주친화 정책의 실현 가능성 여부보다 정책의 속도와 일관성을 주목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닌 심리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실제 정책 효과는 3~4분기 후행적으로 나타나지만 주식시장은 이를 미리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차를 감안해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이 시장 입장에서는 올바르다"고 판단했다.

 

▲ 장기 박스권에 갇혀있는 코스피. 최근 최경환 모멘텀으로 '박스피'(박스권+코스피) 돌파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정된 지난 6월중순 1990선 초반에서 한 달 반 사이 2061선까지 약 7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6월16일 종가는 1993.59, 이날(29일) 종가는 2061.97)

 

◇ 경기민감주 꿈틀..유동성 장세 전형

 

경기민감주들이 꿈틀대고 있다. 그간 정부의 내수 부양 의지에도 꿈쩍하지 않다가 기대감이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주 대표적인 경기민감주인 증권과 은행업종은 각각 6.5%와 4.0% 상승하며 코스피 지수보다 5.8%포인트와 3.3%포인트 더 올랐다. 증권은 유동성 확대로 자본시장에 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은행은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대출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작용했다.
 
이처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증시가 오른다면 기대감이 반영되는 업종들이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 증권 등 금융업종은 물론 건설과 소비재, 배당 기대와 맞물린 현금보유 기업 등이 유망주로 계속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영교 IBK증권 연구원은 "8월 이후부터 재정지출이 본격화되고 사내유보금 과세나 부동산 정책이 가계 소비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차가 소요될 것"이라며 "정책효과는 4분기 이후부터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증시가 먼저 선순환을 통해 오르고 간접적으로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물밑 작업이 필요하다.

  

◇ 심리 다음엔 다시 재료

 

사실 더 궁금한 것은 '오매불망' 박스피를 돌파한 뒤 지수가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다. 8월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2100포인트 이상을 내다보고 있다. 

 

어느 정도 지수가 오르면 과열 우려가 나오기 마련이다. 투기적 장세가 아니라면 심리만으로 계속해서 오르는 시장은 없다. 투자자들이 경험한 학습효과이자 시장의 당연한 메커니즘이다. 심리를 받쳐줄 또 다른 동력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주요한 동력중 하나가 바로 실적이다. 이만큼 확실한 재료도 없다.

 

어느새 중반으로 접어든 2분기 실적시즌은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7월29일 현재 어닝서프라이즈 비율은 46.5%로 1분기 대비 크게 개선됐고 삼성전자를 빼면 전망치 달성률이 97%에 육박한다. 다행스럽게 상당한 폭의 환율 하락에 비해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선방했고, 순이익은 늘었다. 신한금융투자는 배당성향이 10% 높아지고 이익추정치가 5% 올라가면 코스피 목표치도 2200포인트 이상으로 높아진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자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익 전망치 하향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지수 수준은 2070선까지 낮아진다. 

 

증시에 항상 영향을 주는 대외여건도 우호적이지는 않다. 우리와 달리 미국은 금리인상 시기를 조율 중이다. 미국과 유럽 모두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최경환노믹스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베노믹스는 환율에 초점을 맞춰 기업이익의 즉각적인 증가를 노렸지만 최경환노믹스는 가계소득을 통해 기업 매출 증가로 이어지게 하는 친가계적 정책이다. 효과나 시차 면에서 차이가 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은 국내 증시 레벨업에 분명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대외여건이 우호적이진 않다"며 "정부 의도에 기업들의 대응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낙관적인 "전략가로서 여러 환경을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한템포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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