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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노믹스와 플라시보 효과

  • 2014.07.29(화) 16:23

"이 약은 보통 약이 아닙니다. 먹으면 꼭 나을 겁니다." 용하다고 소문난 의사가 약봉투를 건넸다. 왠지 믿음이 간다. 지긋지긋한 병이 떨어지길 바라며 단번에 삼켰다. 금세 나은 것 같다. 며칠새 병은 정말 호전됐다. 약이 다 떨어지고 다시 의사를 찾았다. 그러나 답변은 의외였다. "사실 그건 약이 아니라 영양제입니다. 명약이라고 말했을 뿐이에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는 심리학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통용될 정도로 익숙해진 용어다. 약리적인 효과가 없지만 마치 약인 것처럼 말하고 환자에게 투여하면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플라시보의 같은 말이 바로 '속임약'이다. 약 자체보다 약을 먹으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리적인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중요한 것은 약에 대한 믿음을 주는 주체다. 의사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약을 선뜻 복용하기 어렵고, 병이 나을 것이라고 믿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플라시보 효과는 경제 현상에도 종종 적용된다. 요즘 국내 증시가 그렇다. 그간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한국 증시의 과도한 저평가와 견고한 펀더멘털을 거론하며 증시가 충분히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스권은 쉽게 뚫리지 않았다.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매번 양치기 소년이 됐다. 시장도 자포자기했다. 코스피가 매번 박스권을 맴돌면서 '박스피'라는 용어도 생겼다.

 

증시 침체가 오랫동안 지속된 것은 시장이 오를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상실한 영향이 컸다. 불신의 늪이 깊어지다보니 온갖 견고한 상승 논리를 갖다대도 꿈쩍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시장을 움직인 것은 다름아닌 최경환노믹스다. 최경환 경제팀 이전까지 정부가 내수 부양에 주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각종 정책을 내놓고 시장을 독려했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경환 경제팀의 명확하고 다소 공격적인 메시지는 시장에 통했다. 내수를 단순히 부양하겠다는 것을 넘어 언제 어떻게 성장을 이끌겠다는 구체성이 더해지고 이전보다 과감해진 행보가 시장을 움직인 것이다.

 

2011년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후 일본 증시는 멋지게 비상했다. 아베노믹스를 계기로 일본 경제가 완전히 되살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베 신조의 저돌적인 부양의지는 심연 속에 가라앉아 있던 시장을 움직였다. 엔저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된 한국은 엔저 부메랑의 희생양이이 된 현실을 탓하는 동시에 일본의 과도한 생색내기가 내심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이제 막 처방전을 썼을 뿐 아직 한국의 내수 경제에 돈이 돌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증시도 일단 기대감만으로 오르고 있다. 최경환노믹스는 시장에 반드시 필요했던 심리 촉매제가 됐고 장기간에 걸쳐 실제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국내 증시의 박스권 탈피는 수년간 바라온 염원이다.

 

다만 가뭄이 해갈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물보다 먼저 반응하는 것이 시장이지만 결국 재료가 따라주지 않으면 되돌림하는 것 또한 시장의 이치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외국인도 이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가의 기본인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되야 하고 잔잔한 외풍도 필수다. 한국 증시를 업그레이드할 열쇠로 지목된 기업들의 주주이익 환원도 술술 풀려야 한다. 심리라는 첫 삽을 잘 떴으니 이를 잘 다져줄 재료가 절실하다. 당장 삼성전자 실적 발표와 8월 금융통화위원회 등 확인할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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