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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영구채가 '영구 없~다'된 사연

  • 2014.08.22(금) 11:10

최근 금리가 더 낮아졌습니다. 저금리 시대라는 게 실감납니다. 은행 예금에 저축하시는 분들이라면 0.1%포인트의 금리도 아쉬운 상황이 됐는데요. 그만큼 똑똑하고 부지런해져야 합니다. 기민한 투자자들은 이미 여러 상품들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파는 증권사들도 상품 개발에 분주합니다. 

 

연초에 반짝 주목받은 것이 신종자본증권이었습니다. 이름처럼 신종자본증권은 새로운 종류의 증권인데요. 일부에서는 '잡종'이라고는 표현을 쓰기도 하더군요. 대부분 신종자본증권 자체가 꽤 생소할텐데 쉽게 말해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한데 버무린 유가증권입니다.

 

주식과 채권 개념이 합쳐져서 '하이브리드(hybrid)'라고도 불리고 만기가 길어서 '영구채'라고 불리는데요. 주식의 특성상 자본으로 인정되면서 은행이나 기업들 입장에서는 자본확충 목적으로 발행할 수 있습니다. 만기가 긴 만큼 금리가 높겠죠. 투자자로서는 이 부분이 매력입니다. [해부!신종자본증권]①저금리속 매력발산..비결은?

 

대신 혹여 부도가 나면 후순위채보다 상환순위가 밀리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발행기업을 반드시 살펴보고 투자를 해야 합니다. 영구채가 분명 위험하지만 투자 수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금리 매력이 높다보니 유통시장에서도 찾는 이들이 늘고 있고 장기투자 성격이 강해 길게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려는 법인이나 재단들도 관심이 큽니다.

 

영구채는 대부분 은행이 발행을 해왔고 2012년에서야 규제가 풀리면서 기업들도 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발행하는 영구채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왜일까요.

 

 

은행들이 기존에 발행한 영구채는 이름만 영구채였지 대개 5년 정도면 상환이 됐습니다. 영구채에 금리상향(스텝업) 조건이 붙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를 올려주기 때문에 상환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바젤Ⅲ 규제로 금리상향 조건이 없어지게 됐고 조기상환 유인이 줄어들어 그야말로 진정한 영구채로 거듭났는데요. 그만큼 은행이 발행하는 영구채 매력이 줄어들게 됐습니다.

 

대신 일반 기업들이 발행하는 영구채가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두산인프라가 영구채를 발행한 후 자본으로 인식되자 사실상 만기가 정해진 채권이 자본으로 둔갑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금융당국은 기업 영구채를 중점감리 대상으로 선정했고 기업들은 발행에서 한발 물러섰습니다.

 

그 다음엔 공기업들이 영구채 발행을 타진하고 나섰는데요. 공공부채를 줄여야 하는 공사들 입장에서는 영구채 발행이 부채축소 대안으로 부각됐습니다. 장석효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말 새로운 금융기법을 도입하겠다며 영구채 발행에 대한 기대를 표시하기도 했는데요. 시장에서도 한국가스공사의 영구채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가스공사가 발행한 것은 영구채가 아니었습니다. 영구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감사원의 제동으로 보류된 건데요. 감사원도 영구채의 리스크와 기업 입장에서 불필요한 비용 발생을 제동 이유로 들었습니다. 가스공사뿐 아니라 철도공사 등 다른 공사들도 결국 영구채 발행 계획을 접었습니다.

 

대신 한국가스공사가 발행한 것은 신종전환증권입니다. 신종자본증권에 속하지만 영구채와는 또다른 형태입니다. 영구전환사채(EB)로 통용되는데요. 국내에서는 발행이 처음입니다.

 

영구EB는 또 뭐냐고 하실텐데요. 기존의 영구채에 채권자에게 자사주 등을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전환사채를 결합시킨 형태입니다. 기업입장에서는 조달금리를 낮추면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영구채보다 위험이 덜한 반면 금리 메리트는 크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한국가스공사는 본래 영구EB를 발행하려다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영구채로 전환했었고 감사원 제동으로 영구채 발행이 막히고, 최근 증시 상황이 좋아진 덕에 영구EB를 성공적으로 발행했습니다. 신종자본증권을 적절하게 활용했고 나름 선방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공사들이 모두 한국가스공사처럼 영구EB를 발행하면 되지 않냐구요? 하지만 영구EB는 교환에 필요한 상장주식이나 자사주가 필요하기 때문에 발행할 수 있는 곳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고 하네요.

 

증권사 리테일 쪽에서도 소매 판매를 염두에 두고 영구채 발행 물꼬를 틀 한국가스공사 발행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고 합니다.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고려한 건데요. 중간에 영구EB로 다시 바뀌며 입맛만 다시다 말았습니다.

 

과거 금융위기 뒤에는 신종기법의 금융상품이 도사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응당 리스크를 사전에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하지만 규제를 풀어준 후부터 현재까지 어딘가 막히고 잘못돼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저뿐일까요.

 

공기업들의 영구채 발행도 쉽지 않아졌고, 한국가스공사는 영구EB 또한 더 발행할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기업들이 발행하는 영구채는 물론, 영구EB 발행은 계속 가물에 콩 나듯 하겠죠. 지난 2012년에 굳이 상법을 개정해 국내 기업들의 영구채 발행 규제를 풀어준 취지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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