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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중에 휴대폰 쓰지마라"..팍팍해진 애널리스트

  • 2014.10.13(월) 10:19

CJ E&M 사건 후 엄격해진 직업윤리
준법감시협의회 '가이드라인' 제시

 

실적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CJ E&M 사건 이후 일 년. 애널리스트들에게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간 관행처럼 여겨졌던 기업 IR팀과 펀드매니저 등과 관계에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악화된 증권사 실적 탓에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되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은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고 한탄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최근 기업 탐방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동행하지 못하도록 내부 방침을 정했다. 그간 외부에 공지하던 기업 탐방일정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미공개 정보를 관행처럼 공유했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간의 거리를 두기 위한 조치다.

펀드매니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던 애널리스트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보통 애널리스트 평가는 매년 일부 언론사가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폴)에 크게 좌우됐다. 하지만 '폴'이 펀드매니저의 ‘인기투표’에 머문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부터 언론사 폴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우증권은 절반을 차지하던 언론사 폴 점수를 최근 3~4년간 줄여 현재는 10%만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작년 10월 터진 CJ E&M 사건에서 시작됐다. CJ E&M IR팀은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애널리스트에게 흘렸다. 이 정보를 애널리스트를 통해 들은 펀드매니저는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이 검찰 수사로 확대되면서, 관행으로 여겨지던 주담(주식담당자)-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의 유착관계에 경종을 울렸다.

급기야 준법감시협의회는 지난 4월 국내 65개 증권사에게 ‘애널리스트 미공개 정보 이용 방지를 위한 준법감시 검토사례’를 보냈다. ‘CJ E&M 사건’ 이후 애널리스트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제시한 것이다. 김영록 준법감시협의회 실장은 “강제력은 없는 가이드라인이지만, 그 틀에서 벗어나면 금융당국이 규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은 아주 구체적이다. 우선 애널리스트가 핸드폰으로 기관투자가와 연락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기록이 남는 사내 유선전화나 메신저만 사용하라는 것이다. 한발 더 나가 근무시간 중에는 아예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라는 권고도 있다.

또 애널리스트가 개별 주식은 물론이고 ETF(상장지수펀드), ELW(주식워런트증권) 등의 매매도 금지하도록 했다. 현재 금융투자협회는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는 종목에 대해서만 주식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평가에 대한 개선 기준도 제시했다. 사내 기업금융부서 등의 평가나 기관투자가 평가를 폐지하고, 수익률 등을 감안한 질적 평가 점수를 높이도록 권고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증권가에 그만큼 관행적으로 불법이 성행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컨대 기업 IR 담당자는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애널리스트에게 흘려 기업 주가를 슬그머니 올리고, 반대로 사전에 유출된 악재성 정보는 CJ E&M 사건과 같이 갑작스러운 주가 하락을 막았다. 또 증권사의 법인영업부서는 기관투자가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널리스트가 수집한 정보를 보고했다. 애널리스트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표를 행사하는 펀드매니저를 위해 고급 정보를 제공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센터장은 “요즘 기업들 사장이나 CFO를 만나면, 회사 이야기를 아예하지 말라고 당부한다”며 “상대방은 당황해하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실수할 수도 있어, 매주 교육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문욱 KB투자증권 센터장은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정보가 오픈돼있다. 조금 빨리 아는게 의미가 없어졌다. 속도전에서 퀄리티 싸움으로 바뀌었다. 시장이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 정보가 아니라 논리 싸움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의 핸드폰까지 간섭하는 준법감시협의회의 가이드라인이 지나치다는 반응도 있다. 개인 사생활을 침범하고,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보는 애널리스트가 많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한 강연장에서 CJ E&M 사태와 관련해 "관성적으로 해왔던 부분이고 과거에도 유사한 경우가 있었지만 유독 해당 애널리스트들만 문제가 있는 것으로 크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며 과도한 규제로 인해 애널리스트의 분석 경로가 완전히 막혀버리는 것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메신저와 전화 내역을 검사하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전화로 묻는 질문에도 말하기가 꺼려진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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