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내외 기업공개(IPO) 시장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세계 IPO 시장은 닷컴버블이 한창이었던 2000년 이후 최대 호황을 맛봤고 국내 역시 삼성계열사들의 IPO가 2건이나 이뤄지며 때아닌 청약 광풍이 불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등이 스폿라이트를 받았다.
아쉬움도 남겼다. 대형 IPO로만 관심이 집중되고 수익률도 예전만 못하면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IPO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평가다.

◇ 美 IPO 닷컴버블 이후 최대
2014년 미국 증시에서는 2000년 이후 IPO가 가장 활발했다. 르네상스캐피털IPO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는 273건(17일 현재)의 기업이 상장돼 지난 2013년대비 23%나 증가했다. 헬스케어 섹터가 100여건을 기록하며 IPO 러시를 여전히 주도했고 정보기술(IT) 업체도 55건에 달했다.
특히 올해 IPO의 백미는 중국 최대 인터넷쇼핑몰 알리바바닷컴이다. 세계 최대 IPO 기록을 남긴 알리바바닷컴은 올해 850억달러 규모의 미국 IPO 중 220억달러를 차지했다.
알리바바닷컴은 투자자들 사이에 소위 '메가 딜'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줬다. IPO 이후에도 꾸준히 수요가 몰리며 공모가대비 60%를 웃돌고 있다. 이밖에 기능성 카메라 회사인 고프로도 지난 6월 데뷔 이후 31%나 뛰었고 레스토랑 체인인 조's 키친도 105%나 급등했다.

▲ 미국 IPO 건수와 규모 추이(출처:르네상스캐피털 IPO인텔리전스) |
중국 역시 거액의 IPO가 늘어났다. 지난 16일 부동산업체 다롄완다는 홍콩 IPO에 나서며 37억달러를 조달했다. 언스트앤영은 올해 총 1206건의 IPO가 이뤄졌고 규모도 2565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알리바바와 완다부동산 등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IPO 상위 10권내 4곳이나 랭크됐다. 알리바바 등에 힘입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전체 734억달러 가운데 35%에 육박했다.
◇ 전체 수익률은 지난해 수준 못미쳐
어두운 면도 있다. 닷컴버블 이후 최대 규모의 IPO에도 불구하고 IPO 주식의 올해 전체 수익률은 16%에 그치며 지난해(41%)에 비해 초라했다. IPO 수익률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수익률(9%)을 웃돌긴 했지만 20%대를 밑돈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IPO 중 40%가량은 기대했던 목표가격을 밑돌고 있다.
투자자들의 반응도 과거보다는 차분했다. 2000년 당시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를 평균 50~70%를 웃돌았다. 하지만 올해는 13% 상회에 그치며 지난해보다 상승률이 오히려 부진했다.
케이시 스미스 르네상스캐피털 매니저는 "시장이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르면서 올해 IPO 평균 가격은 목표가 중간가격을 밑도는 7.1%에 그쳤다"며 "가격 조정에 대해 시장이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년에도 IPO 러시는 지속될 전망으로, 적어도 200건의 IPO가 대기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의 경우 연말에 IPO가 과도하게 몰리면서 단기자금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모주 청약으로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최근 금리는 널뛰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 국내, 삼성 계열 IPO가 주도..양극화 심화
한동안 부진했던 국내 IPO도 아주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올해만 70여개 기업이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특히 삼성SDS와 제일모직 등 대어급 IPO가 풍성했다. 삼성SDS에는 15조원, 제일모직에는 30조원에 달하는 시중 자금이 몰리며 관심이 고조됐다.
삼성SDS와 제일모직 모두 거래 첫날 공모가의 2배까지 가격이 뛰어 공모 기대감에도 부응했다는 평가다. 제일모직은 지난 18일 코스피 지수가 1900선이 붕괴된 상황에서도 공모가의 2배까지 급등한 채 상장 첫 거래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모든 IPO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연말 IPO가 몰린데다 제일모직과 삼성SDS 등 소위 '돈'이 될 것 같은 IPO로만 자금이 몰리면서 양극화가 심화됐다. 이달 중 상장 앞둔 이츠웰과 세화아이엠씨 등 일부 기업들은 공모 일정을 연기했다.
유가급락 등으로 시장 전반이 불안해진데다 시중 자금이 대어급 IPO로만 몰려 흥행 실패를 예감했기 때문이다. IPO에 나설 정도로 회사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높지만 기대했던 만큼 평가를 받지 못한 것도 IPO 연기 이유로 꼽힌다.
이미 IPO에 나선 기업들 역시 공모가를 하회하면서 IPO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줬다.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