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가치가 연초부터 급전직하다. 지난 26일 중국 위안화는 달러대비 7개월 최저치로 추락했다. 전날 급락세로 일간 거래제한폭의 하한선에도 가장 가까이 근접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위안화 약세는 어느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최근 각국에서 가열되고 있는 환율전쟁으로 변동성은 물론 낙폭도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유독 중국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봇물을 이루는 상황에서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안화 환율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도 단기적으로는 손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라는 지적이다.
◇ 위안화 변동성 확대 불가피..환 손실에 '불안불안'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이미 달러대비 2.4% 하락했다. 지난 2009년 이후 최대 낙폭이었다. 연초에도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방향은 계속 아래 쪽을 향하고 있다. 몇주사이 1% 가까이 추가로 하락했다. 지난해 위안-원 환율은 180원대였지만 최근 170원대 초반까지 낮아졌다.
위안화 약세는 달러 강세 소용돌이에서는 어느정도 불가피한 흐름이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한 후 유동성을 거둬들이면서 중국으로 유입된 달러도 유출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에 나서며 유로화 약세를 심화시킨 것도 중국의 환율전쟁 동참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중국은 성장률 둔화를 어느정도 용인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부양책을 적절히 섞으면서 위안화 약세를 허용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로 수출을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낮은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상반기 중에도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에는 대출한도 확대도 실시했다.
다만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무한정 놔두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위안화 약세가 심화되자 달러를 대거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 쿤 호주뉴질랜드은행 외환 스트래티지스트는 "지난해 12월의 개입은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심기가 불편했음을 보여준다"며 "다시 위쪽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케웨이 양 모간스탠리 아시아태평양 금리 정책 헤드는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하 징후가 나타난다면 인민은행이 개입에 나설 것"이라며 "이들에겐 자본유출 리스크가 한시적인 수출 부양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위안화 변동성만큼은 앞으로도 더 커질 개연성이 높다. 위안화 국제화를 장기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위안화가 일방향적이기보다 적절한 변동성을 갖는 것이 중국 입장에서도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인민은행은 지난해 4월 위안화 변동폭을 2%로 확대했고 올해는 3%까지 추가 확대가 점쳐지고 있다.
◇ 단기손실 가능성 부각..장기투자 `뚝심` 가져야
지난해 위안화 직거래가 실시되고 중국 위안화 상품이 봇물을 이루면서 위안화 흐름은 투자자들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위안화예금이나 채권 관련 상품은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자산가들의 관심권에 들어있었고 최근에는 위안화채권펀드도 꾸준히 출시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한차례 금리가 깜짝 인하된데 이어 위안화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부담을 주는 상황. 위안화 상품은 대개 환헤지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하락은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환헤지를 한 형태로도 팔지만 추가적인 비용이 들고, 장기적으로는 위안화 강세가 기대되면서 환헤지가 되지 않은 상품이 더 선호돼 왔다.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 위안화 예금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은 물론 중국 본토펀드도 환율 손실만큼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투자를 감안해 단기 변동성이나 약세 흐름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뚝심이 필요하지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최근 위안화채권펀드를 출시한 피델리티운용은 "위안화와 위안화 채권은 타 통화 및 채권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선진국의 금리인상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에서 최적의 자산군"이라고 판단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통 위안화 상품은 헤지비용을 감안해 환위험을 안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으로 강해질 것으로 보는 쪽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위안화 약세로 손실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보는 것 같다"며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더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금리 메리트 등을 먼저 챙기는 경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