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한 기업들의 사외이사 후보 중 10명 중 1명은 전직 장·차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미리 힘 있는 사외이사 영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9일 대신경제연구소가 2015년 12월 법인의 정기주주총회 의안을 분석한 결과, 1차 커버리지 기업 126개사의 사외이사 신규선임 86건의 경력별 구성은 전직 장·차관이 11.6%, 현직 법무법인과 전직 검·판사가 10.5%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와 금감원, 국세청, 청와대 등 특정분야 경력도 33.7%에 달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기업지배구조와 산업 내 영향력, 시가총액, 기관투자가 지분율, 주식시장 대표성 등을 고려해 400개 상장사를 선정, 정기주총 의안분석 서비스를 개시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올해 정기주총 이사 및 감사선임의 특징적인 점으로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이사 후보에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이나 법관 등의 경력을 보유한 이사 후보 선임이 다수 상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청탁 등의 로비가 쉽지 않아지는 만큼 미리 영향력이 있는 정관계 인사를 사외이사로 모셔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두산인프라코어는 주주총회에사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대기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삼성중공업은 유재한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을, 기아자동차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한화생명은 문성우 법무부 전 차관을, 한화손해보험은 김성호 보건복지부 전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으로 금융사들의 사외이사 후보에도 정관계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과소배당 기업과 이사선임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는 기업 등 주총 관심기업 명단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롯데쇼핑과 신세계, SK이노베이션 등은 과소 배당으로,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한국전력 부지 고가 매입으로, 삼성전기는 삼성SDS 지분 저가 매각 등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의 경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1개 이사를 겸직하고 있고, 배당 규모도 부족해 과소배당과 이사 겸임, 두 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S&T모티브와 메디톡스는 감사 및 감사위원의 재직년수가 10년을 초과했으며 신세계푸드는 보수한도가 과도한 것으로 지적받았다.
이밖에 지난 4일까지 주총 소집을 공고한 126개사 중 119개사의 전체 배당성향은 24.1%로 지난해 19.5%에서 증가했다.
주총 소집일은 20일과 27일에 몰렸다. 특히 주총 소집 공고가 주총일 18.9일전에 공고돼 법정공고 기한인 14일보다 근소하게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촉박한 안건 공고기간은 주주들의 주주권 행사를 제약할 뿐만 아니라 주주들이 안건에 관심을 끊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