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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시장 급성장..금융위기 닥치면?

  • 2015.03.20(금) 10:22

콜 차입 제한 따른 풍선효과..위기 재발시 취약 경고
청산은행 도입·헤어컷 세분화 조언..업계는 글쎄?

국내 환매조건부채권(Repo, 이하 레포) 시장이 콜 시장 차입 제한 덕분에 급성장하고는 있지만 현 상태로는 금융위기 시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왔다.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처럼 청산은행(CCP)을 도입하고 헤어컷(초과담보비율)의 세분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단기자금시장 효율성 제고방안' 세미나에서 이 같이 진단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콜 시장에 이어 이번에는 레포시장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황 연구위원은 "최근의 레포시장 성장은 콜 시장 차입 제한에 따라 밀려난 수요들이 몰렸기 때문"이라며 "레포 시장의 위기 대처 능력이 짜임새 있게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위기 재발시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미리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에 이어 2008년 금융위기 등 10년 단위로 대규모 위기를 겪은 만큼 5년 안에 또한번의 위기 가능성이 충분하고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위기가 다시 나타나면 레포시장의 금융안정 기능이 정상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레포시장의 금융안정성 제고 방안으로 청산은행 도입과 헤어컷의 경제적 기능제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자금흐름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 확대와 담보관리 효율성 개선, 전자거래 플랫폼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CCP 도입에 일방적으로 동의하기보다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도입 필요성에는 일정부분 공감하면서 이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김연중 한국예탁결제원 부장은 "레포시장 발전을 위해 CCP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비용적립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CCP 도입 시 예탁원이 상당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겠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일정부분 부담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기호 대우증권 부장은 "위기 시 CCP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할지 의문"이라며 "CCP도 좋지만 기관간 레포 거래에서 양자간의 계약사항에 자금공급을 지속하는 내용들이 녹아들어야 더 나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성규 증권금융 부장도 "CCP가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국내 RP 시장에서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이에 앞서 자본시장의 RP 거래 활용도를 제고하는 정책적인 부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금융 활성화와 이를 위한 RP상품 표준화 등이 우선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의 레포시장 시장의 한계점도 지목됐다. 콜 차입제한으로 활용이 크게  늘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 아직 많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동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부장은 "증권이든 은행이든 어쩔 수 없는 운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담보 콜시장이 제한되면서 오히려 금융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유인이 될 수 있다"며 "자금시장 문제가 채권시장 문제로까지 전이될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도형 NH-CA자산운용 부장도 "콜시장에서는 일괄적인 단기자금 운용이 가능했지만 레포시장에서는 개별계약을 해야하기 때문에 누수자금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안정성 측면에서 실제 신용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유동성 자산이 비유동성 자산으로 바뀌면서 머니마켓펀드(MMF)를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곧바로 매도에 나서야 한다"며 "이처럼 채권 매도가 일시에 몰릴 경우 위기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황세운 연구위원은 토론회 말미에서 "CCP와 헤어컷 관리 모두 단기적으로 결정하기는 힘들며  위기에 대비해서 지금부터 미리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향후 지속적인 정책적 고민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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