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요리를 소재로 한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명해진 메뉴가 '만능간장'이다. 전문 셰프가 만든 것은 아니어도 집에서 음식점 수준의 맛을 내게 하는 기특한 소스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펀드 시장에도 만능간장 같은 상품이 뜨고 있다. 일반 투자자가 전문 펀드 매니저처럼 투자 전략을 적용해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베타 ETF(상장지수펀드)'다.
주식형 펀드는 크게 액티브형(공격적)과 패시브형(수동적)으로 나눌 수 있다. 액티브형은 전문 펀드 매니저가 경기 및 증시 움직임에 맞춰 '족집게'식으로 투자종목을 뽑아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전문가에게 투자를 위임하기 때문에 스타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상품은 시장 평균을 웃도는 고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액티브형은 단점이 있다. 우선 비싸다. 전문 펀드 매니저가 자산 관리를 직접 해주는 만큼 보수를 많이 떼간다. 아울러 펀드 매니저가 주식을 빈번하게 매매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거래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펀드 매니저가 바뀌기라도 하면 펀드의 기존 성과가 이어질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위험도 안고 있다.
대안으로 관심을 모은 것이 매니저의 판단 개입을 줄인 패시브형이다. 코스피나 S&P500 등 특정 지수를 충실하게 추종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패시브형은 지수를 그대로 추적하기 때문에 별다른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아 수수료가 저렴하다. 다만 시장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 없고, 저성장 시대 지수만 따르는 상품은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 도표 출처: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
그래서 액티브형과 패시브형 전략의 장점을 섞은 펀드 상품이 스마트베타 ETF다. 아직 국내서 낯선 개념의 스마트베타 ETF는 큰 틀에선 지수를 추정하되 저평가된 기업이나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을 더 담아 시장대비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즉 스마트베타 ETF는 액티브 펀드들이 주로 사용하는 주식선택 방법을 구현하면서도 액티브 펀드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상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사전에 정해진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매니저 이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에다 매일 자산 내역이 공개되고 실시간으로 기준 가격이 산출되기 때문에 액티브 펀드에 비해 훨씬 투명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중장기 투자를 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적당하다.
마치 집에서 만든 음식에 만능간장을 추가해 전문 셰프가 만든 음식맛을 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만능간장이 요리의 맛을 항상 보장해주지는 않는 것처럼 스마트베타만 사용해선 전문 펀드매니저나 기관만큼의 수익을 내기 힘들다. 대신 스마트베타 ETF는 투자자 본인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직접 자산관리를 하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비용대비 높은 효율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투자를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미국 시장에 스마트베타로 분류되는 상품에 유입되는 자산 규모 추이. |
이러한 강점 때문에 미국에서는 스마트베타로 분류되는 상품에 자산 유입이 늘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 4월만 해도 스마트베타 ETF 총자산 규모는 544억달러(비중 13.5%)에 불과했으나 이후 연평균 2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난 4월말 기준 3450억달러(20%)로 커졌다. 금융위기 이후 스마트베타 ETF의 연평균 성장률은 전통적인 방식의 패시브형 상품 성장률(18%)보다 빠른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도 ETF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스마트베타 전략 지수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이를 추종하는 운용사의 ETF 및 펀드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요인(Factor)' 가중 방식 기반의 스마트베타 ETF 3종이 상장되기도 했다.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스마트베타 시리즈 ETF'는 국내 시장에 최적화한 와이즈에프앤의 '와이즈(WISE)스마트베타' 지수를 추적하는 상품이다. 시장수익률 대비 안정적 초과수익을 추구하도록 설계됐다.
스마트베타 ETF 펀드에 대한 관심은 저금리 시대를 맞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윤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역사적 저점인 금리 수준에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한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수익률 제고를 위해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한 기관 투자자들의 스마트베타 전략 활용도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스마트베타 펀드는 각 펀드별 전략이 제각각이고 운용 노하우에 따른 성과의 차이가 큰 만큼 투자자의 위험선호와 투자 목적에 따른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