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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1년]②70%의 박탈감

  • 2015.09.04(금) 11:14

통합법인 출범후 카카오 중심 조직 재편
다음 흔적 지우기 가속..인건비 가중 변수

"영속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 DNA는 영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회사 이름은 소멸되지만 그 문화, 그 DNA, 그리고 그 문화와 DNA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아직 소멸되지 않았으니까요."

 

이재웅 옛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의 일부다. 다음카카오 사명 변경 소식이 나온 직후 드러낸 소회다. 현재는 일개 소액주주이지만 본인이 20년 전 창업한 회사의 흔적이 지워지고 있는 시점의 이 장문의 글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난다.

 

옛 '오너'만 느끼는 감정이 아닐 것이다. 다음카카오 전체 인력의 70%에 육박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 임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다음카카오는 작년 10월 다음측 1525명, 카카오측 725명 총 2250명 임직원으로 구성해 출범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의 정서는 아쉬움을 넘어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합법인이 첫발을 내딛기 전부터 불거졌던 인적 결합의 진통이 1년이 지난 현재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지우기=카카오 내세우기

 

다음카카오는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기존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 체제를 신임 임지훈 단독대표 체제로 바꾸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와 다음측 이사진이 각각 5대 2로 구성된 지금의 다음카카오의 이사회 멤버 구성에도 변화가 생긴다.

 

현재 다음카카오 이사회는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와 김범수 의장 등 사내이사 3명과 조민식(전 삼정KPMG 본부장)·최재홍(강릉원주대 교수)·피아오 얀리(중국 텐센트 부사장)·최준호(연세대 부교수) 사외이사 4명 총 7명이다. 이 가운데 최세훈 대표와 최준호 감사위원(사외이사)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이 카카오 출신이다. 카카오는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가 당분간 등기임원직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임 대표 내정자가 새롭게 이사진에 합류하면 카카오와 다음측 이사진은 각각 6대 2로, 무게 중심이 카카오로 더 쏠리게 된다.

 

다음의 흔적은 서비스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통합법인은 작년 10월 출범 이후 부진하거나 겹치는 서비스를 과감하게 접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시절 선보였던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을 비롯해 클라우드 서비스 '다음 클라우드', 음악 '다음뮤직', 어린이 포털 '키즈짱', 모바일 가격비교 '쇼핑하우' 등이 없어졌거나 없어질 예정이다.

 

대부분 '다음' 꼬리표가 붙은 서비스가 종료 대상이다. 물론 모바일 쇼핑 '카카오픽'과 콘텐츠 추천 '카카오토픽' 등 카카오 서비스도 빛을 못보고 사라지게 됐으나 상대적으로 적다. 서비스 주기가 짧은 인터넷 특성상 트렌드에 뒤처지거나 부진한 서비스를 접는 것이 불가피하다지만 유독 다음커뮤니케이션 작품에 쏠려 있는 것은 말이 나올 법하다.

 

통합법인이 새로 내놓은 주요 서비스에선 다음의 흔적을 아예 찾아 볼 수 없다. 작년 11월 모바일지갑 '뱅크월렛카카오'를 비롯해 올들어 내놓은 택시앱 '카카오택시', 모바일TV '카카오TV' 등은 카카오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러다 보니 다음커뮤니케이션 시절부터 해당 서비스를 추진했던 임직원들의 좌절감이 남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개발과 운영, 사업을 맡았던 당사자들이 자식과도 같은 서비스가 사실상 반강제로 하나둘씩 떨어져 나갈 때 느끼는 착잡함은 클 것"이라며 "최세훈 대표마저 물러나면 다음 출신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작년 5월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 합병 발표식에서 최세훈(왼쪽) 대표와 이석우 대표가 서로 끌어안고 있다.

 

◇통합법인 출범 전부터 삐걱

 

사실 통합법인 다음카카오는 출범 전부터 조직 결합 문제로 삐걱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는 지난해 6월부터 넉달간 합병 작업을 하면서 카카오 중심으로 인사 재편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기존 팀장과 실장급 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직급이 낮아졌고 주요 조직장은 카카오 인사로 대체됐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직원들 사이에선 '점령군' 카카오에 대한 반감이 일어날 수 밖에 없던 분위기다. 카카오의 주축 인사가 30대로 비교적 젊은 반면 설립 20년째인 다음은 40대가 많아 연령대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문제이기도 했다.

 

통합법인 출범 당시 불거진 파열음은 또 한번 재연될 전망이다. 경영 체제가 바뀌기 때문이다. 신임 임지훈 대표 내정자는 외부 인사이나 김범수 의장이 총애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카카오측으로 분류된다. 임 대표 내정자와 함께 다음카카오 조직·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뉴리더십'이란 조직 또한 카카오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 

 

다음카카오에 따르면 뉴리더십은 '카카오택시'를 기획한 정주환 온디맨드팀 총괄팀장이 확정됐으며 신정환 카카오스토리 총괄팀장이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출신 인사들이 최고 의사결정 기구를 장악하게 된 것이다. 카카오측 인사 쏠림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화학적 결합이 더 순탄치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서는 다음카카오가 경영 체제와 사명을 바꾼 이후 대대적인 인력 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통합법인 출범 이후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은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 직원들의 임금을 일괄적으로 끌어올리고 1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1~6월) 급여 규모(별도 기준)는 78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52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602억원)을 웃도는 규모이기도 하다. 급여에 퇴직금(75억원)과 등기임원 주식보상비(10억), 복리후생비(233억원)를  합하면 1098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 전체 비용(3707억원) 가운데 30%가 인건비 등으로 쓰인 셈이다.

 

다음카카오는 택시를 필두로 한 O2O 서비스와 웹보드게임, 핀테크(Fintech) 밑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인터넷은행 등 신규 서비스를 많이 벌여 놓았다. 신규 서비스들을 추진하기 위해선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지금의 과중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새 경영진의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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