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내내 관심을 모았던 미국의 환율보고서가 지난주 발표됐다. 다행히 환율조작국에 해당되는 '심층분석대상국'이 따로 나오진 않으면서 후보로 언급됐던 한국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간 원화가 이를 의식해 강세를 보여온 만큼 다시 달러-원 환율이 오름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주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시장 전반으로는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 다만 관찰대상국 지정만으로도 외환당국의 운신의 폭이 이전보다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원화 흐름이 크게 반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구속력 없는 관찰대상국 포함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독일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올해의 경우 연초 베넷해치카퍼(BHC)법안 발의로 환율보고서가 더욱 관심을 모았지만 일각에서 우려했던 한국의 심층분석대상국 지정은 없었다.
BHC법안은 지난 2월 발표된 '무역촉진법2015' 중에서 교역상대국의 환율에 관한 규정을 통칭하는 법이다. 미국은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국가에 대해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할 예정이었고 한국도 후보로 꾸준히 언급됐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260억달러의 개입을 했지만 지속적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환율조작국에 지정되지 않았다.
이번에 한국이 포함된 관찰대상국은 교역촉진법상 규정되지 않고 미국이 면밀히 모니터링만을 하겠다는 대상이다. 따라서 이번 관찰대상국 지정의 경우 실질적인 구속력이 없을 것으로 보여 당장 미칠 영향 또한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은 "한국 등이 관찰대상국에 지정됐지만 전체적인 평가수위는 이전 보고서에 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정부가 새롭게 경계를 높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 불확실성 해소..원화 약세 무게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시장으로서는 큰 불확실성 하나를 덜 수 있게 됐다. 최근 일방향으로 전개된 환율 흐름도 달라질 전망이다. 매년 4월과 10월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 일정으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는 계절성이 뚜렷했고 올해 역시 3월 이후 원화 강세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5월로 접어들면서 관련 요인이 사라진 만큼 원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IBK투자증권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미국 달러화의 장기 강세 국면이 종료됐다고 예단하기도 이르다"며 "점진적으로 펀더멘털 방향성을 다시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서대일 대우증권 연구원도 "수출 부진이 지속되며 원화 강세를 정책적으로 용인하기 어렵고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경기둔화 위험도 지속될 것"이라며 "환율은 점차 상승을 재개할 것"으로 내다봤다.
◇ 외환당국 족쇄..환율 반등도 제한
올해 환율조작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안개가 모두 걷힌 것은 아니다. 환율 관찰대상국을 지정한 미국을 의식해 향후 외환시장 개입이 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맞선다. 원화 약세 압력이 무작정 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작년에 원화약세를 막기 위해 강세쪽 개입을 한 것이 환율조작국을 면한 이유였다"며 "앞으로 환율조작국을 피하려면 올해는 개입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예로 본다면 증시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업종별로는 내수주에는 긍정적, 자동차 수출주에는 악재라고 평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한국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부가 원화 강세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도 원화 강세 심리를 자극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달러화 약세 기조가 유지된다는 것은 위험자산 선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머징 금융시장에 우호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심층분석국 편입에서 제외된 만큼 달러-원 환율의 기술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외환당국의 적극 개입이나 원화 약세 유도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달러-원 상단도 제한될 것"으로 봤다. 그는 환율이 1130원 내외에서 추가 하락이 제어되는 한편 1180원을 뛰어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