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증권이 또 일을 냈다. 국내 증권사를 통틀어 올해 1분기 순이익 ‘톱 10’에 올랐다. 16년만에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운 지난해에 이어 제대로 ‘필(feel)’ 받은 모습이다. 교보증권을 비롯해 HMC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이 나름 차별성을 갖고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으로 선전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면면이다.
18일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3000억원(2015년 말 연결 기준) 이상 1조원 미만의 중소형사들의 올해 1분기 경영 실적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분석 대상 14개사의 순이익(연결 기준)은 52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597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자산 1조원 이상 대형사들과 비교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현저하다. 11개(3월결산 신영증권) 대형사의 올 1분기 순익은 4439억원으로 1년전(7666억원)에 비해 41.1% 축소됐다. 다만 겉으로 보이기에 그렇다는 것일 뿐 실속은 오히려 중소형사들이 챙겼다고 보는 게 맞다.
즉 중소형사들의 감소폭이 커 보이는 것은 지난해 1분기만 해도 170억원의 흑자를 냈던 한화투자증권이 무려 659억원에 달하는 적자로 돌아선 게 주원인이다. 14개사 중 유일한 적자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잔고를 급격하게 늘려오다 작년 8월 이후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급락하는 등 해외 시장 급변으로 ELS 손실 폭탄을 맞은 데 따른 것이다.
개별 변수인 한화투자증권을 빼고나면 13개사의 올 1분기 순익은 1187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동기(1427억원)에 비해 16.8%(240억원) 감소에 그치는 것이다. 금융위기 발발 직전인 2007년 이후 8년만에 찾아온 호황을 만끽했던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녹록하지 않았던 시장 환경이었지만 중고형사들은 대체로 선방하는 저력을 발휘한 셈이다. 나름 차별성을 갖고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소형중권사 순익 순위표 2위에 위치한 HMC투자증권도 2015년에 이어 올해에도 ‘깜짝쇼’를 연출했다. 지난 한 해 순익으로 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여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65억원을 기록, 작년 1분기(116억원) 순익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강점인 투자은행(IB) 부문을 비롯해 채권 등 대부분의 사업부문이 든든한 효자 노릇을 했다.
KB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KB투자증권 역시 호쾌한 출발을 보였다. 회사채 및 자산담보부증권(ABS) 주관부문에서 5년 동안 1위를 고수하는 등 IB 부문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KB투자증권은 올 1분기 순이익(연결 기준) 16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1분기(118억)에 비해서도 36%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2015년 중소형사 전체 순익 6위였던 KB투자증권은 올 1분기 3위에 랭크했다.
아울러 유진투자증권이 109억원으로 선방하며 5위권을 유지했다. 또 IBK투자증권이 109억원을 기록하며 9위에서 6위로 뛰었고, SK증권 역시 1년전 성적을 웃도는 59억원의 순익으로 11위에서 8위에 올랐다. 7위 KTB투자증권 또한 2015년 1분기보다 많은 83억원을 벌어들이며 선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