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재무건전성의 ‘민’을 드러냈다. 순자본비율(신NCR·Net Capital Ratio)이 올해부터 전면 도입됨에 따라 지난해 9개사 조기적용, 필요자본 가중치 200%, 산출 재무제표 기준 변경 등 기존의 갖가지 변수를 빼고 난 뒤의 서로 비교 가능한 화장기 없는 얼굴이 드러난 것.
대우증권이 2000%가 넘는 ‘어마무시’한 비율로 다른 증권사들을 압도했다. 예상대로 동일한 잣대로 매기자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들의 경우에는 녹록치 않은 환경에 노출되 있음을 보여줬다.
20일 자기자본 3000억원(2015년 말 연결 기준) 이상 중대형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순자본비율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총 26개사 중 분석 가능한 21개사의 올해 3월 말 신NCR 평균치(각사 순자본비율 합산 평균)는 701.2%로 집계됐다.
신NCR은 기존 영업용순자본비율을 개편,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되는 증권사의 재무건정성 규제다.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에서 ▲‘잉여자본(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을 인가업무별 법정 필요자기자본(70%)으로 나눈 값’으로 바꿨다. 또 개편에 맞춰 적기시정조치 기준을 현행 ‘150% 미만’에서 ‘100% 미만’으로 낮췄다. 기존 NCR이 위험자산 대비 당장 유동화할 수 있는 돈만 따졌다면 신NCR은 증권사의 투자 여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3월 말부터 NH투자, 대우, 삼성, 한국투자, 현대, 미래에셋, HMC투자, 부국증권 등 8개 증권사가 새롭게 바뀐 방식으로 NCR을 매겨왔다. 이어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작년 9월 말부터 조기 적용했고, 올해부터는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확대됐다.
우선 조기 적용 9개사의 올 3월 말 순자본비율 평균은 1085.2%. 1년전(609.1%·이베스트투자증권 제외 8개사 평균)보다 476.1%포인트 증가했다. 대폭적인 비율 상승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경우 조기적용 해인 2015년 한시적으로 필요자본에 가중치 200%를 적용하다가 올해 전면 시행으로 가중치가 폐지된 데 따른 것. 또 산출 회계기준을 별도에서 연결 기준으로 바꾼 것도 한 몫 했다.
신NCR은 영업용순자본 여유액(잉여자본)을 늘리거나, 인가받은 업무에 대한 필요자본을 줄여 자본의 배분 효율성을 높여야 되는 구조다. 분모값인 필요자본은 정해져 있는 값이므로 신NCR 관리를 위해서는 자기자본의 중요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대형사들의 지표가 양호하다.
대우증권이 2073.9%로 다른 증권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위를 보였다. 다음으로 미래에셋증권이 1696.6%로 2위에 랭크됐고, 삼성증권 1400.5%, NH투자증권 1278.3%, 한국투자증권 1212.7% 등 현대증권(807.5%)를 빼고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빅6’가 모두 1000%를 웃돌며 상위 5위권에 포진했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 대형 10개사의 순자본비율 평균치도 1092.2%에 달한다.
반면 중소형사들의 경우는 예상대로 신NCR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자기자본 3000억~1조원 미만의 중형사만 보더라도 11개사중 500%를 넘은 증권사가 단 한 곳도 없고 신NCR 평균은 345.7%에 머물렀다. 높아봐야 부국증권 460.5% 수준이고 하이투자증권(428.5%), 유안타증권(413.6%)이 뒤를 이었다.
아울러 올들어 처음으로 신NCR을 매긴 8개사(조기적용 3개사 제외) 중 옛 NCR에 비해 비율이 상승한 곳은 하이투자증권(331.9%→428.5%) 단 한 곳 뿐이다. SK증권은(453.9%→252.9%) 201.0%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4월 말 5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은 순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응에 다름아니다. 동부증권의 경우도 지난 3월 말 관계사 동부화재해상보험(280억원) 등을 대상으로 8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하고 나서야 271.6% 수준으로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