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어닝시즌이 밝았다. 증권업계도 2분기 성적표를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일단 2분기 여건만 놓고 보면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채권금리 하락 등으로 1분기보다 양호했다. 그러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불확실성 등에 일부 발목이 잡혀 오롯이 순익으로 연결되진 못했을 전망이다. 잘해야 본전이고 1분기만 못한 증권사도 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분기 증권사들이 8년만의 대호황을 누린 터라 전년대비 실적 또한 올 1분기 때와 마찬가지로 크게 부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 분기대비, 잘해야 '제자리걸음' 예상
지난 1분기 국내 56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6067억(별도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3056억원) 대비 98.5%나 급증했지만 지난해 1분기 9756억원에 비해서는 37.8%나 감소했다.
올 2분기는 지난 1분기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며 제자리걸음이 예상되고 있다. 반면, 지난해 2분기 순익 규모가 1조2005억원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전년대비로는 이번에도 순익이 급감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3일 현재 FN가이드 기준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현대증권 등 6개 증권사의 2분기 연결 기준 순익 전망치는 3440억원으로 전분기(3335억원)대비 3.1% 증가하고, 지난해 같은기간(6101억원) 대비 43.6% 감소가 예상된다.
작년 2분기대비로는 반토막 가까운 이익 급감이 우려되는 가운데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은 1분기보다 순익이 증가하고 한국금융지주와 NH투자증권은 1분기보다 못한 성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며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대신증권이 제시한 커버리지 증권사 6곳(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의 순익 전망치(연결기준)는 3110억원으로 좀더 보수적이다. 전년대비 47.2% 줄어든 것은 물론 1분기보다도 7.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거래대금 증가·금리하락 효과 반감
이런 전망치는 올 2분기 증시 여건만 놓고보면 다소 의외일 수 있다. 2분기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8조6000억원으로 1분기 7조8000억원보다 10%가량 증가했다. 시중금리 역시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지난 6월말 국고채 1년물과 3년물 금리는 1.29%와 1.25%를 기록하며, 3월말대비 0.19%포인트와 0.20%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2분기 주가연계증권(ELS) 및 파생결합증권(DLS)조기상환 규모도 각각 4조4000억원과 3조7000원으로 전분기대비 11.9%, 129.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우호적인 환경에도 불구, 증권사들의 2분기 이익이 전분기비 증가폭이 크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데는 지표 개선이 고스란히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년만에 전격적으로 나온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브렉시트 불확실성 모두 갑작스럽게 나타나면서 증권사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로 인해 2분기 금리 하락폭이 1분기 0.21%포인트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채권평가이익은 1분기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거래대금은 소폭 늘었지만 ELS 등 파생결합증권 운용 및 판매 수익이 부진했고, 채권 관련 평가 및 처분이익도 과거 대비 기여도가 낮아졌다"고 판단했다.
채권운용이익이 일부 증가했더라도 브렉시트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E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이 줄면서 파생결합증권 운용이익은 대부분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ELS 발행은 9조8221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8% 줄었다. 지난 1분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EC, H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배당 예상치가 줄어들면서 발생한 ELS 운용 손실을 국내 증권사들이 2분기에 반영한 점도 ELS 운용손실을 늘렸을 전망이다.
◇ 결코 넘보지 못할 작년 호황
지난해와 비교하면 증권사들의 부진은 더욱 도드라진다. 지난해 2분기 증권사들은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ELS 조기상환 등에 힘입어 지난 2007년2분기(1조2806억원) 이후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했고 올 2분기는 이에 따른 역기저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2분기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10조3000억원으로 올 2분기 거래대금은 이보다 17% 가량 줄었다. 2분기 ELS 및 DLS 조기상환 규모도 전년대비 60%이상 감소하면서 파생결합증권 운용이익도 그만큼 줄어들었을 전망이다. ELS 발행 규모 또한 전년동기대비로는 59.1% 감소했다.
채권평가이익의 경우 지난해 2분기 국고채 3년물 평균금리가 1.8%로 올 2분기(1.25%)보다 높은 수준이고 작년 2분기 당시에는 금리가 전분기보다 0.08%포인트 반등해 올해 2분기 채권운용 상황은 훨씬 우호적이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금리 하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영향으로 전반적인 순익 감소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