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이 삼성전자의 지주사 개편 기대에 불을 지피면서 지주사 전반의 몸값도 덩달아 오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지주사들은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매력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삼성전자 이슈가 지주사들의 주주환원이나 배당 매력을 다시 한번 크게 환기시켰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모멘텀'에 더해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된 기업들이 진행중이거나 완료된 많아 투자기회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점을 주목하고 있다.

◇ 삼성에 명분 선사한 엘리엇
지난 5일 0.62%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공론화시켰다.
엘리엇은 지난해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에 나섰던 장본인으로 당시엔 삼성그룹을 곤혹스럽게 했지만 이번 주주제안은 지배구조 개편에 명분과 힘을 실어주며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으로 분석되는 분위기다.
특히 시장 입장에서는 다시 한번 삼성전자의 주주환원과 배당에 대한 관심을 크게 환기시긴 컷으로 평가되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에 주당 24만5000원(총 30조원 규모)에 달하는 배당을 요구했고 이를 계기로 앞으로 더 강력한 수준의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엘리엇과 같은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경우 2003년 소버린의 SK그룹 경영권 공격 당시처럼 먹튀 논란으로 비판을 사지만 회사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 됐다고 확신할 경우에만 투자한다는 점에서 순기능도 공존한다.
과거 SK그룹의 경우 SK C&C 상장을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난해 SK C&C와 SK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완료됐고 이 과정에서 오너의 지배력과 지분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배구조 변환에 대한 명분을 얻은 동시에 엘리엇이 나서주면서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의 호응이 높아질 수 있다. 엘리엇을 필두로 다른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지주사 전환 요구 강화도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이 결고 단순치 않지만 삼성전자가 명시적, 지속적으로 ‘지주회사 전환 불가’ 밝히지 않는 이상 시장 기대감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 모멘텀 쌓여가는 지주사
시장에서는 엘리엇의 주주제안을 계기로 지주사 전반의 매력이 높아질 수 있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미 지주사들은 지난 8월13일 원샷법이 발효된 후 장기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이른바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이 부각된 터다.
원샷법은 기업이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사업개편을 추진할 경우 상법, 공정거래법, 세법 등의 절차 간소화와 비용절감을 지원하는 법으로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이를 위한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질 수 있어 M&A 촉진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경제민주화법안 역시 지주사 전환 인센티브 축소와 기존순환출자 금지 내용 등이 향후 통과될 경우 지배구조 개편을 촉발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존 순환출자 금지시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현대차그룹이다.
엘리엇 역시 경제 민주화 법안에 앞서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지배구조 개편 기업들 '시선집중'
자연스럽게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되거나 삼성그룹처럼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에 관심이 모아진다.
유안타증권은 "그간 후진적인 지배구조가 배당에 대한 유인을 감소시켰지만 최근 다수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되며 배당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지주사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으로 새롭게 커버리지를 개시했다. 김수현 연구원은 "지주사들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이 10%가 넘는다"며 "지주사를 상장 자회사 주가에 후행하는 대체재로 치부하기에는 규모가 커졌고, 과거 획일적이었던 지주사 평가 방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지주사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컨트롤 타워로서의 부가가치 장출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기업들이 지주사 설립 과정에서 인적분할 방식을 활용하고 있고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투자기회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는 지주사 역할 강화 효과가 예상되는 LG를 톱픽으로 제시하고 삼성물산과 SK, 한화를 차선호주로 지목했다.
현대증권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하반기 대형 지주사 가운데 톱픽인 삼성물산과 LS의 목표가를 각각 5%이상 상향한 바 있다. 현대증권은 이들이 대형 지주회사 대비 성장성, 실적안정적, 밸류에이션, 구조조정 이슈 등에서 비교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한화와 CJ도 차선호주로 유망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