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이 본격적인 긴축 행보에 나설지 주식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르면 올해 중 자산매입 규모를 추가로 축소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오는 26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경기 회복과 함께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 수준은 여전히 낮아 긴축 강도를 크게 키우진 못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내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자산매입 규모 추가 축소 무게
ECB는 26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테이퍼링 계획을 밝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은 금융위기 이후 자산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에 나섰고, 경기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월간 자산 매입 한도를 8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로 줄인 상태다.
ECB가 당장 자산 매입을 중단하기보다는 현재 월 600억원 유로의 매입 규모를 절반 수준인 300억 유로로 줄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기는 내년부터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보다 매입 규모가 더 줄어들거나 9개월 정도로 예상되는 매입 기간이 짧아질 경우에는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 경기부양 필요성 크게 줄어
본래 ECB는 올해 말까지 2조 2800억 유로의 채권을 매입하고,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할 계획이었다. 유럽 국가들의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긴축 전환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독일, 스페인 등 유로지역의 고른 성장으로 ECB의 경기부양 필요성이 줄었다"며 "ECB가 완화적일 것이란 기대가 여전하다는 점도 오히려 부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미국이 차근차근 긴축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전 세계 각국에서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또한 수출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유럽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영국도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다음 달 2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80%까지 상승했다.
◇ 낮은 물가·유로 강세 부담
다만 유럽의 경우 아직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밑돌면서 불확실성이 걷혔다고 보긴 이르다. 경기회복 기대와 함께 유로화는 올해 들어 이미 10% 이상 올랐다. 따라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강한 긴축 정책을 택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SK증권은 "최근 드라기의 발언과 아직 높지 않은 인플레 부담을 고려할 때 강도 높은 테이퍼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긴축 실행은 내년 이후가 되면서 ECB발(發) 매파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12월까지 예정된 양적완화를 오히려 재연장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 경우 시장도 부담을 덜 수 있고 최근 강세를 보인 유로화도 다시 약세로 전환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내년 이후로 연장할 가능성과 함께 종료 시점을 늦출수록 충격 완화 효과가 클 것"이라며 "자산매입 한도 축소 및 매입 프로그램 연장이 결정되면 되돌림 차원에서 유로화 약세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