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에 사드주에 환한 볕이 들었다. 중국 정부가 사드 문제에 대해 완화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그간 속앓이가 심했던 사드주들도 일제히 숨을 돌리고 있다.
다만 화장품주는 오히려 급락하는 등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수혜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이제 막 해빙 무드에 돌입한 만큼 좀 더 분위기를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 작년 8월 이후 첫 완화적 발언
전날 한국과 중국 외교부는 공동 문건을 통해 "사드로 악화한 양국 관계 개선에 의견을 모으고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한중 관계가 조속한 정상 궤도로 되돌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공식 석상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완화된 발언을 한 것은 지난해 8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처음이다. 그러면서 그간 증시를 괴롭혔던 사드 문제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년 이상 지속된 중국의 사드 보복 우려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의 대화가 이어지면서 조금씩 누그러지는 양상을 보였다. 중국 현지 여행사 일부가 한국행 단체 관광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고 실제로 중국의 한국 방문 중국 관광객 수와 면세점 외국인 매출도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10월 들어 사드 관련주들은 큰 폭으로 반등하며 이런 기대감을 반영했고 중국의 완화적 제스처가 나오며 반등 분위기에 쐐기를 박는 모양새다.
◇ 골 깊었던 면세점·자동차 '훨훨'
사드 먹구름이 걷히면서 가장 주목받는 업종은 단연 면세점주다. 업황 전반이 회복기에 있는 데다 사드 보복에 따른 타격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중국 인바운드(Inbound) 회복 시 레버리지가 가장 큰 면세점 투자 매력이 가장 높다며 호텔신라와 신세계를 주목했다.
호텔신라의 경우 전체 영업이익의 90%가 면세점에서 발생하고 내년 매출에서 중국 인바운드 쪽이 전년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 포인트씩 증가율이 높아질 때마다 영업이익은 200억원 내외로 증가하게 된다.
신세계의 경우 면세점 사업 가치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 만큼 3분기 면세점 사업이 손익분기점(BEP) 이상을 기록할 경우 높은 주가 상승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드 여파가 컸던 자동차 역시 반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3월부터 중국 판매량이 급감했고, 지난 8월 말 중국 조인트벤처(JV) 파트너인 북경기차와의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또 한차례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최근 중국 판매량이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사드 먹구름이 걷히면 영업 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중국 생산 사이클 회복에 가장 직접적 수혜가 예상되는 현대모비스를 최선호주로 유지했다.
◇ 화장품 ·음식료, 업체마다 수혜 갈려
말고 많고 탈도 많았던 화장품주는 업종 전반에 긍정적이지만 수혜 강도는 업체별로 조금 다를 전망이다.
사드 직격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현지 판매 개선으로 대중국 이익이 늘면서 수혜가 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 사업 규모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탄탄했던 LG생활건강의 경우 수혜 강도도 제한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사드 여파로 중저가 브랜드들은 실적 쇼크를 기록한 반면 제조업자 개발 생산업체(ODM)나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전체 시장 회복 가능성은 긍정적이지만 업체별 수혜 정도는 다를 것"으로 판단했다.
음식료 업종 역시 평소에 한국산이란 인식이 크지 않았던 제품들의 경우 회복이 더디면서 편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테면 오리온은 사드 사태를 계기로 중국 내에서 한국산이란 인식이 확대된 반면 농심의 신라면 등은 애초에 한국산으로 각인돼 있었다.
유통업도 국내 유통업체들은 전반적인 매출 회복이 기대되지만 롯데쇼핑 등은 중국 사업 상권 자체가 부진해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남아있는 불씨 계속 유의해야
사드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것으로 보기 이른 만큼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중국은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명확하고 일관되며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명시했다.
특히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에 들어가지 않고, 한·미·일 안보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으며,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이 같은 사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 다시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고 한국 정부가 언급한 약속들을 잘 이행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며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