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금융은 갑작스럽게 사장 자리가 비었다. 정지원 전 사장이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이동한 탓이다.
증권금융은 아직 후임 사장을 선임하기 위한 사장추천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 증권금융 사장 인선이 보통 금융유관기관 인사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시기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금융 사장 자리는 전통적으로 경제·금융관료 출신의 낙하산이 독식해왔다는 점에서 이번에 그 관행이 깨질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 아직 선임 절차도 시작 못 해
정지원 전 증권금융 사장은 지난달 2일 임기 만료 1년을 앞두고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했다. 그러면서 사장 자리는 공식 상태며, 양현근 부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사장 자리가 빈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새로운 사장 선임은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증권금융 사장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7인의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된다. 그런데 아직 사추위조차 구성되지 않았다.
새로운 사장 선임이 상당기간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금융 사장은 낙하산이 대부분이어서 정부 차원에서 교통정리가 이뤄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사추위 구성 전부터 노동조합의 압박이 거세다. 이번 만큼은 내부 출신이나 업계 전문가를 수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장 내부 출신 사장이 무리라면 적어도 3명의 상임이사 중 1명은 내부 전문가로 선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관료 낙하산 관행 깨질까
그동안 증권금융 사장은 보통 관피아 낙하산이 차지했다. 증권금융은 공직 유관단체로 투자자 예탁금을 관리하고, 증권을 담보로 금융투자업자에 자금을 대출하는 등의 공적 업무를 맡다 보니 정부의 입김이 강하다.
실제로 그동안 내부 출신 사장은 한 번도 없었고, 경제·금융관료 출신들이 사장 자리를 독식했다. 19대 한용석 사장부터 이상혁, 김거인, 맹정주, 이두형, 김영과, 박재식, 27대 정지원 사장까지 23대를 제외하면 모두 관료 출신이다. 지난 1987년부터 30년간 단 3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하산이었다는 얘기다.
2년 전 증권금융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으로 노조 반대에 부딪혔던 정지원 전 사장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옮기면서 낙하산 돌려막기 논란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엔 비관료 출신이 수장으로 낙점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관료 출신 낙하산에 제동을 거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금융관료들과 함께 여당 측 전 국회의원이 사장 후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추위가 구성되지 않았고, 사장 선임에 관한 사항이 결정된 것이 없다"며 "언제 어떻게 절차가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