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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30대의 인생이모작 준비법

  • 2018.05.27(일) 09:43

<인생 2막, 준비 또 준비하라>재취업③
'인강 들으랴 학위 따랴' 퇴근 후 바쁜 직장인
불확실한 노후 대비해 너도나도 '샐러던트'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00만명을 향하고 있다. 더이상 일자리 문제는 청년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시니어도 일자리 없이는 안락한 노후를 꿈꾸기 힘든 시대다. 비즈니스워치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의 현재 모습과 시니어 잡(Job)에 대한 해법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회사가 제 인생을 책임져주는 시대는 끝난 거 아닌가요. (김모 씨, 남, 33세, 금융회사 근무)"
"요즘은 40대만 되도 회사 생활을 보장받기 힘들다잖아요. 입사하자마자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더라고요. (박모 씨, 여, 32세, 의류회사 근무)"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과거엔 입사하면 퇴직까지 회사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삶의 대부분을 희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은 달라졌다.

 

30대부터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샐러던트'들이 부쩍 늘었다. 샐러던트는 샐러리맨(Salary man)과 학생(Student)을 합쳐 만들어진 신조어로, 공부하는 직장인을 뜻한다.

학교 다닐 때도 멀리했던 공부를 직장에서 다시 시작하는 건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사오정(40~50대 정년퇴직), 오륙도(50~60대에 회사를 다니면 도둑) 등 살벌한 단어가 오가는 직장생활에서 믿을 건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서려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이제 준비를 시작한 샐러던트들을 만나봤다.

 


◇ '샐러던트 시대' 초조한 직장인

국책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여, 33세)는 직장이 멀어 평일에도 9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한다. 그런데도 책상에 앉아 인터넷 강의 하나는 꼭 듣고서야 잠자리에 든다.

강의 하나당 걸리는 시간은 1시간 40분~2시간. 평일에 하루라도 듣지 않으면 주말에는 쉴 시간이 도무지 나지 않는다. 날마다 강의를 듣는 것도 부족해 주말에는 7~8개 강의를 몰아서 듣는다.

이 씨의 목표는 청소년지도사 자격증. 현재 하는 일의 전문성을 쌓는 동시에 향후 일을 그만두더라도 지역 청소년수련관이나 청소년정책연구소, 청소년 활동 지원센터 등에서 근무할 수 있어서다. 

이 자격증을 따려면 필기시험과 면접은 물론 연수를 통과해야 한다. 다만 8개 과목을 이수하면 필기시험이 면제되기 때문에 이 씨는 학점은행제를 통해 수업을 듣고 있다.

"관련 업무를 6년 넘게 했지만 과연 전문성을 가졌는지 생각해봤더니 의문이 들어 시작했어요. 이렇게 시간만 보내다 나중에 일을 그만두면 내가 가진 경력을 전문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힘들지만 도전하고 있어요."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승진·노후준비 '자격증'으로

보험회사에 근무한 지 9년째 된 이모 씨(남, 35세)는 현재 두 개의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은퇴 후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하죠. 저 또한 관심분야에서 기회가 닿는다면 공부하는 편입니다."

이 씨는 우선 업무 관련 전문자격인 미국 손해보험 더라이터(CPCU)를 취득해 회사 내 승진이나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은퇴 후 보험 관련 업무를 할 경우 대비가 된다는 생각도 계기가 됐다.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딸 생각이다. 보험 관련 업무는 기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직무지만, 공인중개사는 이 씨가 관심을 두고 있어 분야로 은퇴 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자격증 두 개가 무리라고 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격증이 많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더 많아지지 않겠냐"며 "평일 일찍 퇴근하는 날 또는 주말 등을 이용해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몸은 힘들어도 나중에는

"학위도 자격증 아닌가요. 원하는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은 욕구도 컸지만 이 과정을 통해 미래도 준비하는 거죠."

언론사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이모 씨(여, 36세)는 일주일 중 이틀은 퇴근 후 대학원 수업을 듣는다. 업무가 끝나지 않아 수업을 빠지거나 지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가급적 빠지지 않고 들으려고 노력한다. 학기 말에는 과제나 발표, 시험 준비로 새벽 늦게까지 잠들 수 없는 날도 많다.

"나와의 싸움은 몸이 힘들어서 그렇지 할 만해요. 그런데 갑자기 회식이 생기거나 업무가 늦게까지 끝나지 않았을 때 학교에 간다고 말하면 회사 내 시각이 좋지 않으니 눈치가 보여 힘들어요."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분야를 하나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많은 직장인을 학교로 이끈다. 학위를 따면 언젠가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와 대학원에서 쌓은 인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이 공존한다.

이 씨는 "언제까지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2의 인생을 위해서 뭐든 해야 하는데 대학원 수업이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한다"고 말했다.

아무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이했다가는 힘든 노후를 보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샐러던트들은 24시간이 모자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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