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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6개월 보수만 22억…김 차장의 정체는?

  • 2018.08.20(월) 16:20

올 반기 한국투자증권 '톱 파이브'
8000억 수익 안긴 파생상품 설계자

6개월 동안 22억원을 번 차장급 직원이 있어 화제입니다. 우리나라 차장급 직원 평균 연봉 6000만원의 40배에 가까운 금액입니다. 이 직원이 누군지, 무슨 일을 통해서 이렇게 많은 보수를 받았는지 살펴봤습니다.

 

 

지난 주 한국투자증권의 차장S급 직원인 '김 차장'이 올 반기 보수로 22억원을 받았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웬만한 동종업계 임원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아 연봉킹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지금까진 등기이사와 사외이사, 감사 등에 한정해 보수가 5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연봉이 공개됐는데요. 올 반기보고서부터 보수 5억원 이상의 모든 임직원 중 상위 5명 현황이 공개되면서 김 차장의 연봉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 1000대 기업 차장급 직원의 평균 연봉은 약 6000만원입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투자증권 직원 평균 연봉(9400여만원)을 감안해도 김 차장의 인센티브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는 20억원을 받았는데요. 김남구 부회장, 김성환 부사장은 각각 13억원, 21억원을 챙겼지만 김 차장의 보수를 넘진 못했습니다. 김 차장은 어떻게 이런 거액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김 차장은 한국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 내 투자공학부 소속입니다. 이 조직은 주로 금융공학이나 수학을 전공한 석·박사 출신 인재로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주력 분야는 파생상품 설계와 운용입니다. 파생상품이란 자산의 가치가 높아지거나 낮아짐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금융상품을 가리킵니다. 주가연계증권(ELS)이 대표적입니다.

다양한 파생상품이 개발된다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객들에게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수익처를 넓힐 수 있는 기회인 셈입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 수익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상품 이해가 어렵다면 투자에 따라오는 리스크 또한 파악하기 어렵겠죠.

한국투자증권은 매년 증권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위탁매매, 자산관리, 투자은행 등 다양한 사업 부문 가운데서도 파생상품 운용 실적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작년 전체 수익 중 반 이상이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김 차장은 파생상품 설계와 운용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을까요? 업계에선 김 차장의 손을 거쳐간 파생상품들이 최근 4년 동안 8000억원대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5254억원입니다. 2016년엔 2367억원을 기록했으니 최근 2년간 회사 순이익을 합친 것보다 많은 돈이 김 차장이 설계한 상품을 통해 들어온 셈입니다.

 

 

업계에선 "8000억원이라면 그정도 인센티브는 당연하다"는 반응입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목소리부터 부럽다는 반응까지 소감은 천차만별이었지만 모두들 끝에가선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엔 증권업계만의 분위기가 녹아있습니다. 증권회사는 개인의 상품 설계 능력과 영업 성과에 따라 회사의 성과가 크게 좌우되는 만큼 다른 업계보다 인센티브 제도가 명확하게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다른 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다양합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증권회사니까 가능한 것이겠지만 성과를 직원들과 나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파생상품 설계를 어떻게 했길래 회사에 저만큼의 이익이 돌아가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결국 돈놀이를 해야 돈을 버는 건가"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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