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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 놓고 갑론을박…'약일까 독일까'

  • 2019.03.21(목) 16:03

시민단체, '재벌세습 여지' 부작용 제기
기업 활력 기대…"결국 무산" 회의론도

비상장 벤처기업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차등의결권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우량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대적 M&A(인수·합병) 방어수단이 될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차등의결권, 세습에 악용될 것"

21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국회에서 '차등의결권 도입 문제 진단 및 지배구조 개선 상법 개정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경제개혁연대와 경실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차등의결권 도입에 비판적 의견을 쏟아냈다.

차등의결권은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 주식에 추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면 1주당 여러 표를 가진 의결권 보유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비상장 벤처기업에게만 제한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비상장 벤처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외국 자본의 적대적 인수 합병 시도에 대항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도가 경영권 세습 과정에 악용돼 특정 개인에게 경영권이 영구 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실련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발제에서 "차등의결권은 재벌 세습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만한 여지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도입하겠다면 경제력 집중 확대를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장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장치로 ▲타 기업(100% 자회사 제외) 출자 금지 ▲중소기업 범위에서 벗어날 경우 차등의결권 주식의 보통주 전환 ▲차등의결권 주식 증여나 상속 시 보통주 전환 ▲기업공개(IPO) 후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금지 등을 제시했다. 차등의결권은 상장 기업에 적용할 때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채이배 의원은 "경영권은 보호 대상이 아닌 도전 대상"이라며 "유능한 경영진이 회사를 경영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기업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의원은 이어 "기업 지배구조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면 현재 정책은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여당 전향적 태도에 회의론도

이같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적잖은 잡음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탓에 결국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란 회의론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지금까지는 관련 논의가 수면 아래에 있었지만 최근 전향적이라고 표현해도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경영권에 대해 확실한 보장이 있을 때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올 새해 업무계획 발표에서 최운열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벤처기업육성법 개정안'처럼 안전장치를 둔 경우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운열 의원이 마련한 법안에는 비상장 벤처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해당 기업이 상장한 뒤 효력 상실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소속 서보건 변호사는 "차등의결권 도입은 사실 10년 넘게 반복되어 온 이슈"라며 "논의가 계속되다가 결국 무산될 것이란 현실적 고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차등의결권을 포함해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논의는 2003년 영국 헤지펀드 소버린이 SK에 대해 경영권 장악을 시도한 이후 거의 매년 꾸준히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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