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년 만에 증권거래세를 0.05%포인트(P) 내리고 이번 인하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증권거래세 인하 결정은 환영할 만하지만 0.05%포인트 수준의 인하 결정은 미약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 증권거래세 인하 다음의 과제에 주목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추가적인 시기별 단계 인하안 혹은 폐지안이 수립되고 이에 맞는 양도소득세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과세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고빈도 매매 증가 등의 부작용도 살펴봐야할 것으로 지적됐다.
◇ "거래세 낮추고 양도세 올리면 증시 위축"
9일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시장포커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증권거래세 인하가 현실화되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추가적 혹은 단계적 인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 소폭의 일회성 인하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증권거래세는 투기적 거래를 줄여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시장 안정화보다 거래량 감소에 따른 시장 위축이 더 크게 부각되며 거래세 인하 혹은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21일 정부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 주식에 대한 거래세율은 0.30%에서 0.25%로, 비상장주식에 대한 거래세율은 0.50%에서 0.45%로 낮추기로 했다. 특히 코넥스시장의 상장 주식 거래세는 0.30%에서 0.10%로 낮아진다.
김 위원은 "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안으로 도입된 증권거래세는 양도소득세 과세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유지할 명분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며 "증권거래세가 시장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주장은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며, 세율인하에 따른 세수급감 전망 역시 과도한 우려로 보인다"고 말했다.
빠른 시일 내에 추가적인 시기별 단계 인하안 혹은 폐지안을 수립하고, 이에 맞는 양도소득세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과세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도세로의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원칙은 주식시장의 위험-수익 특성을 현재보다 개선하는 방향이다. 김 위원은 "세수 감소를 우려해 양도소득세율을 높게 설정할 경우 주식시장의 위험-수익 특성을 악화시켜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고 오히려 세수가 증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주식시장의 위험-수익 특성을 개선할 수 있는 양도소득세 과세구조의 설계는 주식시장 활성화와 세수확보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거래세 인하에 따른 투자행태 변화도 대비"
이와 더불어 고빈도매매 증가 등 증권거래세 인하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투자행태 변화 등 부작용에 대해서도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권거래세 인하는 거래비용에 민감한 투자전략을 활용한 거래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기간의 작은 수익기회를 자동화된 방식으로 포착하고 거래하는 고빈도매매가 대표적이다.
고빈도매매는 이미 북미·유럽·일본 주식거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거래세가 없는 파생상품시장과 상장지수펀드(ETF)시장에서 일반화됐다.
김 위원은 "거래세율이 낮아질수록 한국 주식시장에서 고빈도매매가, 특히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시장안정성 및 불공정거래의 관점에서 사전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데이트레이딩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가 증가하면서 투자손실이 누적될 가능성도 있어 단기거래 행태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