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국내에서도 사회책임투자 바람이 불고 있지만 해외 선진국에 비해 국내 ESG 투자 발전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들이 도입되면서 논의가 활발한 반면 국내에서는 수년째 딱히 눈에 띄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금융투자협회는 유엔(UN) 책임투자원칙 기구(PRI)와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에서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사회책임투자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글로벌 책임투자 동향을 점검하고 국내 사회책임투자 확산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처음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로렌조 사 PRI 이사와 안효준 국민연금공단 CIO,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CEO, 얼레인 응 MSCI ESG 리서치팀 이사 등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4시간 동안 진행됐다.
로렌조 이사는 발표자로 나서 "ESG 투자는 투자자와 기업이 지속적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는 원칙"이라고 소개하면서 "세계 각국 규제 당국이 이 의제에 기초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RI는 ESG를 포함한 기관투자자의 전반적인 책임투자 흐름을 주도하는 기관으로 영국 런던에 위치하고 있다. UN 지원으로 설립된 세계 책임투자 네트워크다. 국민연금은 2009년 PRI가 제시하는 책임투자원칙에 서명한 바 있다.
사회책임투자 원칙은 ESG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앞자리를 따 만든 조어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지표화하는 데 사용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관련 법제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얼레인 응 MSCI ESG 리서치팀 이사는 "10여년간 발표된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ESG 수준이 높은 기업이 낮은 기업에 비해 조직 운영 성과가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ESG 수준이 높은 상장사는 주가 폭락 빈도수도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제도 도입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ESG 관련 공시 제도와 관련 인센티브 제도가 부재한 부분이 지적됐다. 국내 ESG 관련 제도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국내 ESG 투자 논의는 수년간 계속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면서 "벤처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변 생태계가 갖춰져야 하듯 ESG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제도 마련과 시장 인식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최근 국회에서 관련 논의들이 나오고 있지만 연구 결과를 종합해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해도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관련 법제 움직임이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논의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은 "ESG 관련 주주활동을 경영진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식의 성가신 경영간섭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올해 주주총회 기간 동안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다양한 이슈들이 나온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쿄코 알트만 HSBC 글로벌뱅킹그룹 아태지역 대표는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많은 국가에서 관련 법제화를 거부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국가 별로 속도 차이가 있지만 방향성을 같다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의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관련 제도를 적극적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안효준 국민연금공단 CIO는 "공적 역할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시장에 대해 개입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신중론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