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증시도 바쁘게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경기 하방압력에 따른 결정인 만큼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유동성 완화 측면에서 증권주와 성장주를 중심으로 반등 기회를 찾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1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낮췄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2016년 6월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한은은 작년 11월 1.75%로 인상한 뒤 줄곧 동결을 유지해왔다.
한은은 기존에 발표한 경기 지표도 수정했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2.5%에서 2.2%로 0.3%포인트 내려 잡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1%에서 0.7%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시장은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한은이 올 5월까지만 해도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 지표가 둔화세를 보이는 점과 한일 간 무역 분쟁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한은이 힘을 받아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며 "경기가 하방압력을 받고 있고 대외적 불확실성 요소도 커지고 있는 점이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하강 국면에서 단행되면서 증시에 부정적일 수 있다. 특히 예상치 못한 금리 인하를 단행할 만큼 실물 경기 상황이 부진하다는 점이 부각될 수 있다.
실제 이날 국내 증시는 하락장을 연출하고 있다. 18일 오후 2시 48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1% 하락한 2064.42, 코스닥 지수는 0.13% 하락한 665.44에서 거래되고 있다. 기관이 매도를 주도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유동성 완화와 함께 경기 활성화 조치 면에서 기준금리 인하로 수혜를 입는 업종도 있다. 대표적으로 증권업이 꼽힌다. 기준금리 인하가 신용공여 잔고 증가와 부동산 시장 회복 등으로 이어져 손익 개선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소형 성장주 투자 매력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로 이해될 경우 성장주 반등에 영향을 미치는 미래 현금흐름 증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기준금리 인하 조치는 국내 유동성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내 증시 방향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귀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가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에 대외적 요소가 적잖이 반영된 만큼 외부 변수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조치도 이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한은이 연준과 ECB(유럽중앙은행)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한 점은 이례적"이라며 "한은이 수출과 투자 부진에 대한 심각성을 드러낸 점을 감안하면 연내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SK증권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보다 확대됐다"며 "확장적 재정정책과 정치 리스크 및 완화적 통화정책 추가 모멘텀 충족 여부에 따라 추가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정부 경기부양 노력과 국내 추경 가시화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경기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현재보다 나빠질 수 있는 미래 경기 상황에 대응한 여력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