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올 상반기(1~6월) 해외에서 1300억원의 역대급 이익을 거둬들이며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가 홍콩과 인도,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또 다른 계열사인 미래에셋생명과 자산운용·캐피탈의 해외 사업이 힘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너인 박현주 회장이 일찌감치 해외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로벌 투자 총괄자로 직접 나선 것이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1일 미래에셋그룹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해외법인 전체 세전이익은 13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인 1554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지난 2017년 연간 실적인 703억원보다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기간 주요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 해외법인 이익은 872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845억원)을 상회하기도 했다. 올 2분기 세전이익(444억원)이 1분기에 기록했던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홍콩과 미국, 인도 등 세계 10개국에 진출해 올 2분기말 현재 11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해외 거점이 가장 많다.
이 가운데 기업금융(IB) 딜 소싱과 투자에 특화한 홍콩 및 런던, 인도, 미국 LA법인을 비롯해 현지 주요 로컬 증권사로 성장한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법인의 성과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홍콩과 인도, 미국 법인 등을 비롯해 글로벌 ETF(상장지수펀드) 총괄법인 미래에셋글로벌ETF홀딩스를 중심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5월 베트남에서 프레보아 그룹과 설립한 합작법인 미래에셋프레보아생명(지분율 50%)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은 베트남 법인 파이낸스 컴패니로 사업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대부분 금융사들이 국내 투자에 집중할 때 해외로 눈을 돌려 글로벌 투자를 이끄는 곳이다.
지난 2006년 중국 상하이 푸둥 대형빌딩(현 미래에셋상하이타워) 인수를 시작으로 2011년 세계 1위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드론기업 중국 DJI에 지분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활용해 해외에서 굵직굵직한 딜을 따내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만 해도 6월말 기준 자기자본은 8조3000억원으로 증권 업계 1위다. 초대형 IB의 충족 요건인 4조원을 훌쩍 넘은 금액인데다 다른 증권사의 자본 그릇 사이즈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올 들어선 미국 현지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진행 중인 뉴욕 타임스퀘어의 새로운 랜드마크 조성 사업에 3억7500만달러(4200억원)를 투자했으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아마존의 신설 물류센터에도 7800만달러를 투자해 인수했다.
해외 사업은 창업자인 박 회장이 총괄하고 있다. 그는 작년 5월말 미래에셋대우 회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 경영전략고문(GISO)를 맡아 홍콩법인을 거점으로 글로벌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가 고조되던 올해 초에 영국법인 자본금을 빼내 해외사업 헤드쿼터 격인 홍콩법인으로 옮겼는데 이는 박 회장 지시에 따른 신속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홍콩법인의 자본금 규모를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다. 올 1월 5000억원 규모의 홍콩법인 유상증자 결정에 이어 5월에도 3500억원 규모의 추가 출자에 나서기로 하는 등 투자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은 중요한 시기마다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는데 2016년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한 이후 또 다른 도약의 기회를 글로벌 투자에서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