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국내 증권업계가 해외 비즈니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비즈니스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상반기엔 일부 회사가 해외 비즈니스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면서 전사 이익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특히 해외 부동산을 중심으로 굵직한 딜을 성공시키면서 국내 IB의 위상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평가다.
23일 주요 증권회사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해외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해 집계 가능한 수치가 있는 6개 증권회사의 상반기 전체 순이익은 992억7900만원이다. 6개 회사 해외법인 자기자본은 4조7412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9%로 집계됐다.
미래에셋대우는 3조2000억원대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박현주 회장이 직접 나서 글로벌 투자를 총괄한 덕분에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상반기 순이익은 689억원으로 전년 연간 순이익 823억원의 84%를 반기 만에 달성했다.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증권업계에서 해외 법인 수도 가장 많다. 홍콩과 런던, 미국(뉴욕, LA),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중국, 몽골, 싱가포르 등 10개국에 11개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각 해외 거점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수익을 강화한 것이 성장에 보탬이 됐다. 홍콩, 런던, 미국 등은 기업금융 딜 소싱과 투자에 특화해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브라질과 베트남 법인 등은 현지 로컬 증권사로서의 성장이 본격화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23억원의 반기 순익을 달성하면서 2위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1위와의 순익 차이는 무려 3배 이상이지만 지난해 누적 순이익 157억원을 이미 43% 초과하면서 성장세가 무섭다.
현재 홍콩, 뉴욕, 인도네시아, 베트남, 북경, 싱가포르 등 6개 법인이 있으며 최근 유상증자를 한 홍콩,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중심으로 이익이 증가했다.
NH투자증권 해외법인의 총 자기자본은 5550억원으로 3조원대 미래에셋대우에 크게 못 미친다. 이로써 자기자본에 대한 이익률을 나타내는 ROE는 NH투자증권이 4.02%로 가장 높았다. 미래에셋대우 2.15%를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KB증권 순이익은 26억원대로 3위에 머물렀다. KB증권은 미국, 홍콩, 베트남 등 3개 법인뿐이다. 베트남법인에선 월등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올해 미국법인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은 20억원에 못 미치는 순익을 내면서 4위에 머물렀다. 한국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과 같이 5000억대 자기자본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순이익은 19억7700만원에 그쳐 ROE가 0.36%에 불과했다.
홍콩, 영국, 미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6개 법인이 있지만 홍콩과 베트남을 제외한 모든 법인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삼성증권은 미국, 영국, 홍콩 등 3개 법인 모두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익 성장 폭이 크지 않아 5위에 만족해야 했다. 신한금융투자도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의 이익에도 불구하고 미국법인의 적자로 15억원대 순익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