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퇴직연금 수익률 저하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운용경험이 짧기 때문입니다. 기관들이 자산을 통합 운영해 규모의 경제를 키우면 운용 비용이 낮아지고 수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국내 퇴직연금 제도 발전을 위해 규모의 경제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른 연금 상품에 비해 낮은 수익률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사전에 설정한 투자 상품에 자동으로 가입케 하는 디폴트옵션과 복수 사용자 기금을 한 곳에 집중 시켜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대표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금융투자협회와 주한호주대사관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한-호주 퇴직연금 포럼'을 개최했다. 최 제임스 주한호주대사와 권용원 금투협 회장, 한정애 국회의원 등을 비롯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250여명이 참석했다.
김경선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퇴직연금제도의 노후소득보장기능 강화를 위한 정책 과제'라는 제목의 기조발표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률 확보를 강조했다. 김 정책관은 "퇴직연금제도의 문제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적극적 자산운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정책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연금 소득대체율은 39.3%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58.7%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앞서 노후 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노후소득 보장체계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다층적 체계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은 고갈 우려가 나오고 개인연금은 고소득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돼 있어 퇴직연금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퇴직연금 제도는 국내 노동시장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05년 도입됐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12년 67조원에서 작년 말 190조원으로 빠르게 확대했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낮은 수익률이다. 최근 9년간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3.02%로 국민연금 4.96%, 사학연금 4.46%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퇴직연금 상품이 원리금 보장상품에 편중되어 있는 영향이 크다.
김 국장은 "전문성 부족과 짧은 운용기간에 더해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요인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며 "기관들이 자산을 통합 운영해 규모의 경제를 키우면 운용 비용이 낮아지고 수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는 디폴트옵션 도입 등이 거론됐다. 디폴트옵션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는 경우 사전에 설정해 놓은 투자 상품에 자동적으로 가입게 한 제도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영세 기업 근로자들을 퇴직연금 시장 안으로 끌어올 수 있게 된다. 2017년 기준 10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제도 도입 비중은 17.9%로 300인 이상 사업장 90.8%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제도 도입에는 이해관계자 간 협의가 필수적이다. 수익률 감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디폴트옵션 도입은 법률 개정 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기금형 단일기금 설립이다. 기금형 단일기금은 복수 사용자 자금을 수탁자이사회 등 기관 산하에 집중시켜 관리하는 방식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디폴트옵션과 기금형 단일기금 설립의 규모의 경제 효과는 비슷하다"며 "기금형 기금 설립의 쟁점은 급여안정 측면으로 가입자 간 위험분담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철 고용노동부 과장은 "무엇보다 노사가 합의해서 제도 개혁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운용사 간 수익률 경쟁을 통해 양질의 상품 개발을 우선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개리 위븐(Garry Weaven) IFM인베스터 회장은 "효과적 경쟁을 통해 사용자들이 가장 성과가 높은 기금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