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고공 행진을 이어온 삼성전자 주가가 주춤하면서 랠리를 이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회복과 실적 개선 기대로 최근 6만2000원을 돌파했지만 5만원대 중반 가까이 내려온 상태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코스피200 지수 내 시총 비중이 33%를 차지하면서 특정 종목의 편입 비중을 30%로 제한하는 시가총액비중 상한제도(CAP) 적용 이슈가 불거졌고,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회사가 보수적인 전망이 영향을 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전체적인 약세장 분위기도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약세 흐름이 단기 조정인지, 고점에 다다른 후 하락세 전환 구간인지에 대한 투자자 판단이 어려워지고 있다.
◇ 증권사 리서치센터 목표주가는 'UP'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15개 증권사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특히 키움증권은 지난 9일 6만9000원으로 상향한 후 5일 만인 14일 7만3000원으로 재상향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5만5800원에서 마감한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20일 6만2800원에 52주 신고가를 달성했다. 20일 만에 무려 12% 상승했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 주가가 3만6000원대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무려 74%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가 랠리가 지속했던 지난 2일~14일 사이에 대부분 목표가 상향이 이뤄졌고, 관망세로 돌아선 후에는 31일자로 대신증권만이 7만5000원으로 목표가를 상향하며 우려는 기우라고 평가했다. 현재 제시된 증권사 목표주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목표가 수준을 보면 NH투자증권이 7만4000원으로 뒤를 이었고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가 7만3000원을 제시했다. 증권사 전망도 끝없는 랠리를 강조하던 월 초중반과 달리 월말에 올수록 다소 엇갈렸으나, 대부분은 조정이 오더라도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이순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롭게 얻은 긍정적인 요인이 없어 주가는 단기 조정을 거치겠지만, 반도체 상승 싸이클이 이제 시작된 만큼 향후 신고가 행진은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 보수적 가이던스에도 올해 실적 전망 양호
전날 삼성전자는 4분기 영업이익은 7조1600억원이라고 실적을 발표했다. 잠정 실적 발표 전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보다 높은 이익을 달성했지만 컨퍼런스 콜에서 회사가 올해 전망에 대해 보수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하자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며 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연초부터 주가를 끌어올리고 내린 것 모두 실적 요인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까지는 실적이 바닥을 형성하고,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가 반도체 부문 수요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제시했으나, 공급사로서 수급 관리를 위한 전략적 스탠스였을 뿐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은 지속될 것이란 이유다. 무선사업부(IM) 부문에서도 2월 말 갤럭시S20이 신규 출시되면 2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은 2019년을 저점으로 2020년부터 증가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이 저점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제품 라인 강화로 무선 사업의 수익성도 동반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순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실적 역시 1분기까지는 바닥을 형성하고, 하반기에나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단기 조정 국면이 이어지겠지만 2분기 반도체 가격에 대한 윤곽이 나타날 즈음부터 주가의 재상승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 삼성전자 시총 30% 상한제 '부정적'
시총 비중 30% 상한제(CAP)도 삼성전자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삼성전자가 코스피200 지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서자 한국거래소가 시총 비중 30% 상한제를 수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총 비중 30% 상한제는 시장이 특정 종목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주요 주가지수에서 1개 종목의 시총 비중이 30%를 넘으면 비중을 강제로 낮추는 제도다. 매년 3∼5월 또는 9∼11월 특정 종목의 평균 비중이 30%를 초과하면 6월과 12월 선물 만기일 다음 거래일에 해당 종목의 비중을 30%로 하향 조정한다.
거래소는 시장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정해진 조정 기간 전 수시로 비중을 변경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장 제도를 수시 적용하기엔 문제점이 많다는 게 시장 대부분의 입장이다.
만약 상한제가 적용되면 주가에 다소 부담일 수는 있으나, 실제 삼성전자 주식 매매 수요 영향은 분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펀드나 ETF 등은 30% 이상 보유분을 선물 등으로 대체하고 있어 직접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하는 필요가 적고, 20~30조원 내외 코스피 200 추적자금이 삼성전자 비중 1.5%포인트를 줄이면 이론적으로 3000~4000억원가량 매매 수요가 가능하다"며 "실제는 이보다 적거나 영향이 분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