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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개미' 넘친다는데…객장·온오프 분위기 '극과극'

  • 2020.03.27(금) 16:11

일부 임시폐쇄 손님 안받아, 삼성證 때아닌 '특수'
비대면 계좌개설 대세, 지점 통폐합 여부 관심

지난 25일(수요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증권사 객장 안. 평소 같으면 방문객들로 북적일 시간인데 직원 빼고 사람이 없다. 한산함을 넘어 적막을 느낄 정도다. 

객장 입구부터 내부 곳곳에 '코로나19로 인한 객장 임시 폐쇄'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한쪽에 마련된 고객용 PC는 사용할 수 없게 막아 놨다. 직원들은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으나 고객이 방문해도 받지 않고 돌려 보내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지난 25일 서울의 한 증권사 객장 풍경. 장중 매매 거래가 한창인 오후 2시 경에도 방문객이 없어 한산하다. /사진=최이레 기자 ire@

이 증권사 직원은 "본사에서 가급적 고객 내방 자제를 요청하고 유선 전화 등으로 안내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저희나 고객이나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라 요즘 들어 방문객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여의도에 있는 또 다른 증권사 객장도 마찬가지. 이 곳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보통 낮 시간대에는 자산가 고객들과 미팅으로 바쁘지만 요샌 그렇지 않다"라며 "대부분 전화나 메일로 고객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오프라인 객장 분위기 극과극

'동학개미 운동'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주식 투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하지만 증권사 영업 최일선인 객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코로나 폭락장에서 한몫 잡으려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면서 신규 증권사 계좌 개설 등이 확대되고 있으나 주로 PC나 모바일을 이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몰리면서 오프라인 지점의 상황과 딴판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비대면 계좌 개설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전반적으로 객장 방문객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라며 "코로나19 여파가 더해지면서 객장이 평소보다 더욱 한산해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모든 객장이 절간처럼 조용한 것은 아니다. 삼성증권 등 일부에선 대기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방문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이와 관련 최근 증권가 정보지, 일명 지라시에 '삼성전자 주식은 삼성증권을 가야 살 수 있을 정도로 초보 주식 투자자가 급격히 늘었다'는 소식이 돌기도 했다. 다만, 삼성증권 주식은 전 증권사 계좌를 통해 사고 팔 수 있다.

실제로 삼성증권 평촌 지점 등에는 신규 계좌 개설을 하기 위해 평소보다 2~3배 많은 방문객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일부 지점에서는 고객이 몰려 번호표가 많이 발부돼 업무 과부하까지 발생하고 있다"라며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아무래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삼성증권에 초보 투자자들이 몰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대면(지점)과 비대면 모두 계좌개설이 늘어나고 있다. 지점 대면의 경우 올해만 1만1000명이 증가해 벌써 작년 전체 지점을 통한 계좌 개설 건수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비대면 계좌개설 증가는 더욱 두드러져 최근 1개월간(2월24일~3월25일) 신규고객이 10만명이 넘게 급증했다.

◇ 대세가 된 비대면 계좌 개설

코로나19 사태로 연일 출렁이는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열풍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최근까지 약 한달반 동안 신규 비대면 계좌 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 기간 NH투자증권은 30만좌, 한국투자증권은 20만좌 가량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리테일 강자' 키움증권은 1월 말 기준 14만좌 이상이 확대됐다.

비대면 계좌 계설은 지난 2016년 허용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세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말 기준 1.5%에 그쳤던 비대면 계좌의 비율은 이듬해말 5%로 확대됐으며 2018년 10.1%, 2019년에는 14%까지 확대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점 방문 등을 부분을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비대면 계좌를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코로나19 및 이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등으로 인해 비대면 계좌를 신설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거래에 대한 원천적인 관심이 증가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관찰되는 것 같다"며 "과거 급락장 이후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인식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계좌 개설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코로나 '나비효과' 점포 통폐합 가속할까  

모바일 시대를 맞아 비대면 주식거래가 본격화한데다 코로나19 사태로 객장을 방문하는 이들마저 줄어들면서 증권사가 추진하는 점포 통폐합이 가속화할지 관심이 모인다. 

최근 증권사들은 운영비 절감 차원에서 영업점을 과감히 줄이고 있다. 대신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복합점포를 신설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57개 증권사의 지점수는 10년 전인 지난 2010년 1879개를 정점으로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실제 DB금융투자는 지난해 말 압구정금융센터점 폐쇄를 결정하는 등 최근 5곳의 점포 문을 내렸다. 대신증권도 이촌동 지점과 양재동 지점을 폐쇄하고 각각 반포지점, 강남대로센터점과 통합하기도 했다.

다른 증권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아니더라도 각 증권사 별로 지점 통폐합은 활발히 진행됐다"며 "수익을 내야하는 영리조직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수익이 나지 않는 일반 점포를 줄이는 대신 돈이 되는 자산관리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복합점포를 늘릴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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