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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오르겠지'…묻지마 베팅에 투기판된 원유ETN

  • 2020.04.10(금) 14:16

선물 호가, 실제가치 크게 웃돌아 '괴리율 상승'
투자손실 우려, 금융당국 이례적 안정화 대책

국제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관련 파생결합상품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하고 있다.

연초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국제유가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에 투자자들이 관련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에 나서고 있어서다.

원유 ETN 투기가 불 붙자 한국거래소가 거래 안정화 대책을 시행키로 한데 이어 금융당국도 위험 경고등을 켜는 등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 원유선물 투자 과열에 ETN 괴리율 확대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낮 1시 기준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의 호가는 1945원으로 실시간지표가치(IIV) 1231.78원과 괴리율이 57.9%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실제 가치보다 약 700원의 웃돈을 주고 이 상품을 사들인 셈이다.

또 다른 상품인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의 괴리율은 무려 81%(호가 2815원·지표가치 1552.32원)에 달한다. 주요 레버리지 ETN 상품의 괴리율은 최근 35~95%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칙적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대규모 감산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전 거래일보다 9.3% 급락한 배럴달 22.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수요 급감에다 사우디와 러시아간 가격 전쟁까지 겹치면서 연초 대비 절반 이하로 급락했다. 그럼에도 언젠가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산유국들의 가격 전쟁도 결국은 감산 합의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ETN 같은 유가 관련 상품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TN은 원자재를 비롯해 주식과 채권 등 기초지수 수익률과 연동하도록 증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ETF(상장지수펀드)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된다. ETF보다 후발인 ETN은 차별성을 갖기 위해 '곱버스(2X)'로 불리는 레버리지형 상품이 상대적으로 많다.

◇ 개인 투자자 손실 가능성 높아

문제는 과열될 정도로 투자가 몰리면서 시장 유동성 공급의 실패로 ETN의 가격이 지표가치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ETN은 지표가치에 연계돼 수익이 결정된다. 유동성공급자(LP)는 지표가치와 상품 가격의 괴리율이 나오지 않도록 6% 범위내 유동성을 공급해 가격을 조정한다. 즉 괴리율이 6%를 넘지 않도록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매도호가나 매수호가를 제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매수물량이 급격히 늘어나자 LP가 이를 소화하지 못했고 LP호가가 사라지면서 시장가격 상승 및 괴리율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는 레버러지 원유 ETN에 투자한 개인들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괴리율이 확대된 상황에서 레버리지 ETN에 투자하면 기초자산인 원유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기대수익을 실현할 수 없고, 오히려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해 정상화되는 경우 투자손실이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OO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시장가격이 3190원(유가 24달러)이고 지표가치가 1762원(괴리율 81%)이라며 이는 이미 -81%의 잠재적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향후 유가가 33.6달러로 40% 오른다 해도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 유가가 40% 상승시의 지표가치(3172원)가 현재의 매수가격(3190원)보다 작기 때문이다.

아울러 투자자가 ETN을 상환할 때 시장가격이 아닌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상환하므로 지표가치보다 높게 매수한 투자자는 상환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괴리율이 일정기준을 초과하면 거래소는 LP교체를 해당 발행사에 요구, 1개월 이내 교체하지 않으면 상장폐지(조기상환)할 수 있어서다.

◇ 금융당국 연이은 안정화 대책

이에 금융감독원은 전날(9일) 사상 처음으로 최고등급의 '위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2012년 6월 도입된 소비자경보 제도는 주의-경고-위험으로 등급이 나뉘는데 위험 경보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래소와 판매사들의 위험을 고지하고 있음에도 투자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도 안정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전날 늦은밤 발표한 대책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단일가매매'로 매매체결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즉 지표가치와 시장가 사이에 괴리율이 30% 이상 커졌고 이를 좁힐 만큼 유동성공급자(LP)의 물량이 많지 않은 경우 기존 '접속매매'에서 '단일가매매'로 체결 방법을 변경하는 것이다.

단일가매매는 30분 동안 호가를 접수해 하나의 가격으로 합친 뒤 그 가격에만 집중적으로 매수를 체결하게 하는 방식이다. 주문자들이 복수의 가격을 동시에 제시하는 접속매매 방식보다 호가 경쟁으로 인한 쏠림 현상이 덜하다.

한국거래소는 "유동성 공급부족 상태에서 일부계좌를 통한 불공정 주문행위가 없는지 WTI원유선물 관련 ETN에 대한 시장감시를 강화할 것"이라며 "전체 회원사를 대상으로 투자자에게 투기수요 진정을 위한 안정화 조치의 시행예고 및 투자주의의 촉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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